유한에서 무한으로 — AI와 로봇이 여는 우주의 시대

모든 문명에는 지도가 끝나는 순간이 온다. 모든 국경이 그어지고, 모든 영토가 점유되고, 제국을 만들어온 확장의 엔진이 더 이상 갈 곳을 잃는 순간이다. 그 순간은 쇠퇴의 시작이거나, 전례 없는 도약의 시작이다. 미국은 백년도 안 되어 그 벽에 부딪혔다. 그 이후 미국이 해온 일은 벽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벽의 정의를 바꾸는 것이었다. 물리적 국경이 끝나자 이념으로 확장했고, 이념의 승리가 확정되자 디지털로 확장했다. 그리고 지금, 디지털마저 포화에 접근하자 미국은 지구 자체를 벗어나려 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다. 우주로 나가는 것은 탐험이 아니다. 한정된 자원을 무한정으로 바꾸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할 도구인 AI와 로봇은 이 미션의 부속물이 아니라 미션 그 자체이다.
한정에서 무한정으로 — 디지털이 증명한 것
지구 위의 모든 갈등은 한 단어로 수렴한다. 한정 이다. 땅은 유한하다. 석유도 유한하다. 니켈, 구리, 리튬, 희토류 전부 유한하다. 부동산은 공장에서 찍어낼 수 없다. 정부가 주택을 규제하는 이유는 잔인해서가 아니라 그 아래 깔린 땅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가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악해서가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 남의 국경 안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구리와 리튬은 2035년이면 심각한 공급 부족에 직면한다. 희토류는 중국이 정제의 90%를 장악하고 있으며, 2025년 수출 제한 조치 하나로 미국 포드의 공장이 멈춰 섰다. 자원의 한정성은 이론이 아니다. 이미 작동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정이 무한정으로 바뀌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이미 목격했다. 디지털 혁명이 그 실험이었다. 인터넷 이전에 정보는 물리적이었다. 종이에 인쇄되고, 제한된 전파로 송출되고, 복제할 때마다 비용이 들었다. 디지털화 이후 정보의 한계비용은 사실상 제로가 되었다. 책 한 권을 추가로 배포하는 비용, 노래 한 곡을 추가로 전달하는 비용,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한 명 더에게 보내는 비용 — 전부 0에 수렴한다. 그 결과 인터넷 사용자는 1995년 1,600만 명에서 2024년 55억 명으로 늘었고, 미국 빅테크 7개사의 시가총액은 12년 만에 15배 넘게 뛰었다. 한정을 무한정으로 바꾸는 것의 경제적 가치가 이 정도이다.
디지털이 정보의 한정성을 무한정으로 바꿨듯, 우주는 물리적 자원의 한정성을 무한정으로 바꿀 수 있다. 땅, 에너지, 광물 — 지구에서 절대로 늘릴 수 없던 것들이 우주에서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멈추지 않는 확장 — 대륙에서 이념으로, 디지털에서 우주로
1845년 존 오설리반은 《United States Magazine and Democratic Review》에 기고한 글에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이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 미국이 대륙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은 신이 부여한 운명이라는 선언이었다. 오설리반 자신은 군사적 정복을 반대했다. 민주주의의 매력으로 자연스럽게 확장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단어는 그의 의도를 훨씬 넘어 미국 확장주의의 영구적 엔진이 되었다. 이 엔진은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다만 형태를 바꿨을 뿐이다.
첫 번째 확장은 물리적이었다. 1803년 루이지애나 매입, 1846년 멕시코-미국 전쟁, 1849년 골드러시, 1869년 대륙횡단 철도. 태평양에 도달하자 대륙 확장은 끝났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1898년 미서전쟁으로 스페인을 꺾고 필리핀, 괌, 푸에르토리코를 얻었으며 같은 해 하와이를 병합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을 넘어 아시아까지 — 물리적 확장의 마지막 장이었다.
두 번째 확장은 이념적이었다.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쳐 미국은 패권국으로 올라섰다. 마셜 플랜으로 유럽을 재건하고, 브레턴우즈 체제로 세계 금융을 설계하고, 나토로 안보 우산을 펼쳤다. 냉전은 영토가 아닌 체제의 확장이었다. 미국과 소련이 팽팽하게 맞선 이 줄다리기는 1991년 소련 붕괴로 끝났다. 경제적 결핍이 이념을 집어삼킨 것이다. 한순간에 전 세계의 이념적 지도가 미국 아래로 통일되었다.
세 번째 확장은 디지털이었다. 1995년 인터넷 상용화 이후 불과 30년 만에 미국은 디지털 지도를 거의 완전히 통일했다. 구글이 중국 밖 검색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AWS·애저·구글 클라우드가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의 60%를 쥐고 있으며,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99%를 장악했다. 중국만이 만리방화벽 뒤에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해 대항하고 있다. 이 디지털 확장의 최전선이 AI이다. 2024년 미국의 민간 AI 투자액은 중국의 12배이지만, 딥시크 R1의 등장이 보여주듯 중국도 만만치 않다. 반도체 수출 통제와 CHIPS법, 화웨이의 자체 칩 개발 — 냉전 시대의 이념 경쟁이 디지털 시대에 재현된 것이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패권을 건 전면전이라는 본질은 같다.
이제 네 번째 확장이 시작되고 있다. 우주이다. 1961년 케네디가 달 착륙을 선언했고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에 섰다. 마지막 달 착륙은 1972년 아폴로 17호였다. 이후 53년간 인류는 달에 발을 디디지 못했다. 아폴로는 냉전의 산물이었다. 정치적 목표가 달성되자 의회는 예산을 잘랐고 아폴로 18, 19, 20호는 취소되었다. 확장의 엔진이 꺼진 것이 아니라 방향이 디지털로 전환된 것이다. 53년이 지난 지금 그 엔진이 다시 켜지고 있다. 아르테미스 2호가 2026년 발사를 앞두고 있고, 달 착륙선은 스페이스X의 스타십이 맡는다. 중국도 2030년 이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다. 60년 전 미소 경쟁의 재현이지만 이번에는 이념이 아니라 자원이 걸려 있다.
우주의 자원은 지구인의 상식을 초월한다. 달에는 100만 톤 이상의 헬륨-3가 매장되어 있다. 핵융합 연료로 사용할 경우 인류 전체가 수천 년간 쓸 수 있는 에너지이다. 극지방에는 수억 톤 이상의 물 얼음이 있어 수소와 산소로 분리하면 로켓 연료와 호흡용 공기가 된다. 이 물을 지구에서 운송한다면 60조 달러가 드는데, 이미 달에 있는 것을 현지에서 쓰는 것은 경제적 필연이다. 소행성 16 사이키 하나의 금속 추정 가치가 지구 전체 GDP의 10만 배이다. 지름 500미터짜리 소행성 하나에 인류 역사상 채굴된 전체 백금족 금속량이 들어 있다.
숫자만이 아니다. 공간 자체가 다르다. 달의 표면적은 3,800만 제곱킬로미터, 화성은 1억 4,500만 제곱킬로미터이다. 합치면 지구 전체 육지 면적 1억 5,000만 제곱킬로미터보다 넓다. 인류가 수천 년간 전쟁을 벌여 차지해온 모든 땅보다 더 넓은 공간이 아무도 밟지 않은 채 놓여 있는 것이다.
이미 산업이 움직이고 있다. 인터루나는 달의 헬륨-3 채굴을 위해 3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확보했고, 2029년 첫 배송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스트로포지는 소행성 백금족 금속 채굴을 위한 최초의 상업용 심우주 라이선스를 FCC(미국 연방통신위원회)로부터 받았다. 2025년 중반 미국 에너지부는 역사상 최초로 지구 밖 자원을 정부 차원에서 구매했다 — 인터루나로부터 달 헬륨-3 3리터를. 상징적인 양이지만, 정부가 우주 자원에 공식적으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한 최초의 사건이다. 우주 채굴 시장은 2024년 20억 달러에서 2034년 179억 달러로 연평균 25% 성장이 전망된다.
지구에서 희소한 자원이 우주에서는 사실상 무제한이다. 한정의 무한정화 — 이것이 우주로 나가는 진짜 이유이다.
패권의 도구 — AI, 로봇, 그리고 테슬라
역사상 모든 패권국에는 공통된 패턴이 있다. 초기에는 착취하고, 안정기에 들어서면 주변국에 자원과 안정을 제공하며, 그 제공 능력이 고갈되면 쇠퇴한다. 로마는 이집트의 곡물과 스페인의 금을 수탈하다가 5만 마일의 도로를 건설하고 시민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팍스 로마가 200년의 평화를 지탱한 구조였다. 확장이 멈추자 재정이 무너지고 제국은 쇠퇴했다. 청나라도 같은 길을 걸었다. 만주족은 후금 시절 무력으로 중원을 점령하고 수탈했다. 그러나 강희·옹정·건륭 삼대에 걸쳐 티베트, 신장, 몽골, 대만까지 판도를 넓힌 뒤에는 조공 체제와 교역망을 통해 동아시아 전역에 안정과 자원을 배분했다. 이른바 강건성세 130년의 번영이었다. 더 이상 확장할 곳이 사라지고 내부 모순이 쌓이자 제국은 급속히 쇠퇴했다.
미국은 이 패턴을 가장 정교하게 실행해왔다. 전 세계 군사비의 40%를 지출하며 세계 무역의 90%가 오가는 해상항로를 보호한다. 마셜 플랜으로 유럽을 재건했고, 브레턴우즈로 경제 질서를 설계했다. 패권국은 자원을 퍼줘야 한다. 그것이 패권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 부채는 GDP의 120%를 넘었다. 한정된 자원으로 패권국의 책무를 감당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우주 자원은 이 문제의 유일한 해법이다. 축소가 아닌 확장으로, 유한한 자원의 재분배가 아닌, 무한한 파이를 창출하여 무한한 배분으로 문제를 푸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근본적 제약이 하나 있다. 인간은 우주에서 일할 수 없다. 우주 방사선은 DNA를 파괴하고, 무중력은 매달 골밀도를 1~2% 감소시키며, 달 표면 온도는 영하 170도에서 120도를 오간다. 지구에서 화성까지 통신 지연은 편도 최대 22분이다. 실시간 원격 조종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로봇과 AI가 필요한 것이다. 단순한 필요가 아니라 절대적 필수이다. 로봇은 인간의 육체를 대신하여 극한 환경에서 채굴하고 건설하고 운반한다. AI는 인간의 정신을 대신하여 판단하고 계획하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2025년 12월 NASA의 퍼시비어런스 로버는 비전-언어 모델로 최초의 AI 경로 계획 주행을 성공시켰다. 인간 운영자가 수 시간씩 설계하던 경로를 AI가 대신 계획한 것이다. 우리가 우주에 갈 수 없기에 우리의 존재를 대신해줄 육체로서의 로봇과, 우리의 페르소나를 주입하여 정신을 대신해줄 AI가 필요하다. 이것이 AI와 로봇이 우주 확장의 부속물이 아니라 본체인 이유이다.
문제는 이 모든 것을 누가 만드느냐이다. 역사상 어떤 기업이 AI, 휴머노이드 로봇, 궤도 로켓, 글로벌 위성 통신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동시에 보유한 적이 있었는가. 없었다. 테슬라는 400만 대 이상의 차량 데이터로 AI를 훈련시키고, 이 AI를 옵티머스 로봇에 이식하여 물리적 세계에서의 자율 행동을 가능하게 한다. 옵티머스는 이미 공장 내 기본적인 산업 작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양산 시 목표 가격은 2만~3만 달러이다. 차량, 로봇, 데이터센터를 관통하는 자체 설계 AI 추론 칩이 이 모든 것을 하나의 아키텍처로 묶는다.
스페이스X는 미국 발사 시장의 95%를 장악했으며 2025년 기준 전 세계 궤도 투입 질량의 90%를 혼자 실어 나르고 있다. 스타십이 완성되면 킬로그램당 발사 비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질 전망이다. 우주왕복선 시대의 54,500달러와 비교하면 500배의 비용 혁명이다. 이 비용 혁명이 우주 산업화의 전제 조건이다. 킬로그램당 5만 달러로는 채굴 장비를 달에 보낼 수 없지만, 100달러라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2026년 2월 스페이스X는 xAI와 합병하여 1.25조 달러 규모의 역사상 최대 합병을 완성했다. 이 합병의 의미는 단순한 기업가치 합산이 아니다. 스타링크의 차세대 위성을 컴퓨팅 가능한 인프라로 전환하여 궤도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이다. 궤도에서는 24시간 태양에너지를 받을 수 있고 냉각 효율도 지상보다 높다. FCC에 최대 100만 기 위성 허가를 신청한 것은 통신망이 아니라 우주 컴퓨팅 그리드를 구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스타링크는 이미 궤도 전체 활성 위성의 65%인 9,400기 이상을 운용하고 있다. 150개국, 900만 가입자, 2024년 첫 흑자. 하루 2만 명 이상의 신규 가입자가 유입되고 있다. 직접 휴대폰 연결이 가능한 위성도 650기 이상 배치되었다. 군사 버전 스타쉴드는 미 우주군과 9억 달러 계약을 체결했고, 134억 달러 규모의 우주 미사일 방어 체계 ‘골든 돔’의 유력 후보이다. 민간 통신, 궤도 컴퓨팅, 군사 방어까지 — 하나의 위성 네트워크가 세 가지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구조이다.
AI가 로봇의 두뇌가 되고, 로켓이 로봇을 우주로 보내고, 위성이 지구와 우주를 연결한다. 중국은 이 중 일부를 국가 주도로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다. 블루오리진은 궤도 발사 실적에서 스페이스X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 통합된 생태계를 복제할 수 있는 주체는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명백한 운명의 연속선
매번 이전 프론티어가 포화되면서 다음 차원이 열렸다. 태평양에 도달하자 물리적 확장이 끝났고, 소련이 무너지자 이념 확장이 끝났고, 인터넷 사용자가 55억을 넘은 지금 디지털 확장도 포화에 접근하고 있다. 다음은 우주이다. 그리고 우주는 이전의 모든 프론티어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끝이 없다.
한정된 지구의 자원으로는 패권국의 책무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에, 미국은 무한정의 우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 자원은 동맹국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AI와 로봇이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의 인류에게 배분될 것이다. 과거 로마가 수탈에서 통합으로, 대영제국이 착취에서 배분으로 전환했듯, 이것은 패권의 필수 진화이다.
테슬라가 그 도구이다. AI가 두뇌이고 로봇이 육체이며 로켓이 운송 수단이고 위성이 신경망이다. 한 기업이 이 전부를 갖추고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다.
오프라인에서 이념으로, 이념에서 디지털로, 디지털에서 우주로 — 이 연속선 위에 미국의 확장주의가 있다. 한정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무한정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