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도 구독하는 시대: RaaS의 부상과 미래

소프트웨어를 구매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쓰는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와, 서버를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는 IaaS(서비스형 인프라)에 이어, 이제 로봇을 서비스처럼 이용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 Robot as a Service)란 기업이나 개인이 로봇을 직접 구입하지 않고 사용한 만큼만 비용을 지불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다. 2026년 초 CES 행사에서는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Atlas)가 큰 화제를 모았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의 선구자로, 현대차가 2021년 이 회사를 인수하기 훨씬 전부터 아틀라스를 개발해왔다. 한편 테슬라는 2021년 AI 데이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발표했고, 중국 샤오펑(Xpeng)도 2024년에 ‘아이언(Iron)’ 로봇을 공개하는 등 글로벌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로봇을 한 대씩 완제품으로 판매하기보다, 클라우드 서비스처럼 사용량 기반으로 과금하는 RaaS 모델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동향과 성장 전망
고가의 로봇을 구독형으로 제공하려는 흐름은 로봇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초기 도입비용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어, 그동안 수억 원에 달하는 로봇 가격과 복잡한 유지보수 때문에 망설이던 기업들도 속속 로봇 도입에 나설 환경이 갖춰졌다. 전문가들은 지금은 전체 로봇 시장에서 서비스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도 안 되지만, 구독 모델이 확산하면 이 비중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시장조사에 따르면 RaaS 시장은 향후 10년간 매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이어가며 2030년대 초에 지금의 몇 배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이는 제조·물류뿐 아니라 의료, 유통, 농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로봇 수요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기반 원격제어, 인공지능(AI) 기술 발전도 로봇 서비스를 뒷받침하며 RaaS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RaaS 모델의 장점은 분명하다. 한 마디로 “필요한 만큼 쓰고, 쓴 만큼만 낸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 초기 비용 절감: 로봇을 구매하지 않아도 되므로 거액의 선투자(CAPEX)를 피하고, 월 구독료나 사용료 같은 운영비(OPEX)만 지출한다. 그 결과 자동화 진입장벽이 낮아져, 중소기업이나 자본이 부족한 현장도 부담 없이 로봇을 도입해볼 수 있다.
- 유연한 확장/축소: 수요 변동에 따라 로봇 투입량을 자유롭게 늘리고 줄일 수 있는 탄력성이 생긴다. 피크 시즌에는 로봇을 추가로 빌리고, 한산한 시기에는 반납하면 되므로, 사용하지 않을 때 로봇을 놀리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즉 “필요할 때만 쓰고, 놀릴 땐 없애는” 운용이 가능하다.
- 전문적 유지보수: 로봇의 관리와 업그레이드를 공급업체가 맡아주기 때문에, 이용자는 수리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항상 최신 기술이 적용된 로봇을 사용할 수 있고, 고장이 나도 전문 인력이 즉각 대응하므로 다운타임을 최소화한다.
- 리스크 최소화: 새로운 로봇 기술을 시도하다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면 언제든 해지하거나 다른 솔루션으로 교체할 수 있다. 반대로 성능이 입증되면 손쉽게 계약을 연장하거나 규모를 확대하면 된다. 이러한 유연성은 기술 도입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여준다.
이런 이점들 덕분에 물류창고, 공장, 병원, 건설현장, 관광시설 등 다양한 업종에서 RaaS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로봇을 구독형으로 활용하면 업무 효율을 높이면서도 필요에 따라 비용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성과 비용절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김치 생산공장을 생각해보자. 김장철인 11~12월에는 평소보다 3배 가까운 인력이 필요하다가, 비수기에는 최소 인원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전통적으로 이 공장은 성수기마다 수십 명의 임시 인력을 급히 충원해야 했다. 하지만 RaaS 체계를 도입하면, 필요한 기간에만 추가 로봇을 임대하여 투입할 수 있다. 가령 공장에 평소에는 5대의 로봇만 상시 보유하고 있다가, 김장철 3개월 동안만 10대를 더 빌려 쓰는 식으로 생산능력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다. 사람 직원은 로봇 관리를 위한 2~3명만 두면 된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숙련도 편차가 없고 교육 시간도 거의 들지 않는다. 공장에서 사용하는 “김치 담그기” 레시피 프로그램만 로봇에 장착하면, 즉시 배치되어 인간 못지않게 반복 작업을 소화해낸다. 이를 통해 성수기 외 기간에는 불필요한 인건비나 설비 유휴비용을 최소화하면서, 바쁠 때는 곧바로 추가 로봇으로 생산량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상상력을 더 발휘하면, 이렇게 제작된 “김치 로봇 레시피”를 일반 가정용 서비스로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김치를 직접 담가먹고 싶은 고객에게 재료와 함께 로봇을 대여해주는 식으로, 필요한 때 집으로 찾아오는 로봇 요리사 서비스를 선보일 수도 있다. 이처럼 RaaS는 한 대의 로봇을 다양한 수요에 응용할 수 있게 만들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도 열어줄 것이다.
현대차·테슬라·샤오펑, 그리고 로봇 경쟁의 서막
로봇을 서비스로 제공하려는 움직임은 글로벌 주요 기업들에서부터 시작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로 잘 알려진 현대차 그룹은 2021년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며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대차는 우선 자사 공장에 대규모 로봇 투입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향후 몇 년간 수만 대의 로봇(아틀라스, 물류로봇 Stretch, 4족로봇 Spot 등)을 그룹 계열사 시설에 단계적으로 배치할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CES 2026에서 최신형 아틀라스 휴머노이드의 상용 버전을 공개하며, 2026년 내 양산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초도 생산분은 현대차의 로봇공장 및 구글 딥마인드 사무실 등에 우선 도입되어 실전 테스트를 거칠 예정이다. 현대차는 미국에 대규모 로봇 생산공장을 건설해 연간 3만 대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할 준비를 하고 있으며, 향후 외부 고객에도 점진적으로 공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궁극적으로 현대차는 완성차를 판매하듯 대량의 로봇을 생산할 뿐 아니라, 이들을 서비스 형태로 운용하면서 지속적인 수익 모델로 삼을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테슬라 역시 RaaS 흐름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테슬라는 2021년 AI 데이에서 사람 형태의 로봇 ‘옵티머스’(Optimus)를 최초로 발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2022년에는 실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으며, 머스크는 이 휴머노이드 로봇이 머지않아 자사 전기차 만큼이나 핵심 제품이 될 거라는 비전을 밝히고 있다. 실제로 테슬라는 향후 수년 내에 옵티머스를 자사 공장에 수천 대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나아가 전 세계에 수백만 대 규모로 보급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내비쳤다. 머스크는 “로봇 사업이 결국 자동차 사업보다 더 큰 가치가 될 것”이라고 공언하며, 옵티머스를 가정용 도우미부터 위험한 작업 대행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아직 옵티머스는 프로토타입 단계이지만, 테슬라는 빠르게 개발을 진행하면서 자체 제작한 Dojo 슈퍼컴퓨터를 활용한 AI 학습으로 로봇의 두뇌 격인 알고리즘을 고도화하고 있다. 머스크의 비전대로라면, 테슬라가 로봇을 만들어 직접 판매하거나 RaaS 형태로 대여해 주는 사업에 진출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수 있다. 다만 로봇 분야는 전기차에 비해 기술 난이도가 높고 초기 투자 비용이 막대하기 때문에, 테슬라가 얼마나 빠르게 상업적 성과를 낼지는 지켜봐야 한다.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샤오펑(Xpeng)도 로봇 분야에서 빠르게 부상하는 경쟁자다. 샤오펑은 2024년 자사의 AI 기술 행사에서 ‘아이언’(Iron)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키 178cm에 사람과 매우 흡사한 유연한 움직임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샤오펑은 2026년 하반기부터 아이언 로봇을 양산하여 상용화하고, 2030년까지 누적 100만 대 이상 판매한다는 담대한 목표를 밝혔다. 우선 첫 세대 아이언은 고객 응대, 보안 순찰, 전시장 안내 등 서비스 업종에 투입될 예정이며, 이후 사용처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은 “로봇 시장의 잠재력이 자동차보다 크다”고 언급하며, 안전한 로봇 활용을 위해 ‘네 번째 법칙’(로봇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 제정까지 제안했다. 중국 내 여론도 로봇에 비교적 호의적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인의 96%가 소비자 응대 서비스에 로봇이 부분적 또는 전면적으로 투입되는 것을 받아들인다고 응답한 반면, 미국은 59%, 영국은 66%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높은 사회적 수용성을 바탕으로, 샤오펑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로봇 상용화와 RaaS 모델 확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거대 IT기업인 알리바바와 화웨이도 물류·제조 로봇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고, 샤오미 역시 인간형 로봇 ‘CyberOne’을 공개하는 등 중국 시장에서 로봇 혁신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이들 선도 기업들 외에도, 전통적인 로봇 강자들과 신생 스타트업까지 RaaS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산업용 로봇 분야의 글로벌 기업인 ABB, 쿠카(KUKA), 화낙(Fanuc) 등은 기존에 로봇 완제품 판매에 집중해왔으나, 최근 구독형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하며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모색 중이다. 한편 미국의 포믹(Formic), 인비아 로보틱스(inVia), 로커스 로보틱스(Locus) 등 스타트업들은 태생부터 RaaS를 표방하여, 예를 들어 제조 공정에 로봇을 시간당 요금제로 투입해주거나 물류창고를 로봇 자동화하여 월정액으로 운영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보안 분야 스타트업 나이트스코프(Knightscope)는 자율주행 경비 로봇을 건물에 배치하고 월 구독료를 받는 비즈니스를 전개해 미국에서 주목받았다. 이렇듯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면서, RaaS 시장의 경쟁 구도는 하드웨어 스펙 못지않게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완성도, 서비스 운용 역량, ROI 입증 여부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한편 국내에서도 디지털 혁신기업 LG CNS가 물류 로봇 구독 서비스를 2022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 로봇 솔루션 업체 빅웨이브로보틱스, 클로봇(Clobot) 등도 병원, 쇼핑몰, 사무실 등에 사용량 기반 로봇 임대 모델을 적용하고 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제 로봇 산업은 전통 제조사부터 IT 스타트업까지 모두가 구독 경제에 뛰어드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로봇 앱스토어? 확장되는 RaaS 생태계
RaaS의 부상은 로봇 생태계의 지형도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하드웨어 위주였던 과거 로봇 시장은 이제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플랫폼의 경쟁력이 핵심이 되고 있다. 로봇을 구독해 쓰는 모델이 일반화되면, 마치 스마트폰에 앱을 깔듯이 필요한 기능을 로봇에 다운로드하는 시장이 열릴 수 있다. 이를 두고 “로봇 기술 마켓플레이스”의 등장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컨대 제조 공장의 로봇에 “팔렛 적재하기” 기술이나, 드론 로봇에 “시설물 점검하기” 같은 기능을 나중에 추가하고 싶다면, 해당 소프트웨어 모듈을 앱스토어에서 구매해 설치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로봇 하드웨어 한 대의 활용도가 극대화된다. 초기 도입 시점에는 단순 운반 작업만 하던 로봇이, 추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검사, 포장, 청소 등 새로운 작업 능력을 계속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개방형 생태계를 형성하여 제3의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솔루션 기업들에게도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로봇 스킬(Skills) 시장” 형성을 RaaS의 핵심 기회로 꼽는다. 스마트폰이 앱 생태계의 발전으로 우리의 생활 방식을 바꿨듯, 앞으로는 로봇에도 다양한 앱(능력)을 추가하여 개개인의 필요에 맞게 활용하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다만 이러한 로봇 앱스토어 모델이 현실화하려면, 서로 다른 로봇 플랫폼 간 표준화와 호환성 확보가 선행되어야 한다. 업계가 힘을 모아 로봇 운영체제 및 인터페이스 표준을 마련하고, 보안 문제가 해결되어야 비로소 다채로운 로봇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꽃필 수 있을 것이다.
남은 과제와 미래에 대한 준비
로봇을 구독해 쓰는 혁신적인 모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다. 첫째로, 경제성 검증의 문제가 있다. 현재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아직 대당 수억원에 이를 만큼 비싸고, 완전한 자율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RaaS를 도입한 기업들이 과연 투자 대비 충분한 성과(ROI)를 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새로운 아틀라스에 대해 “대부분 고객이 2년 내 투자회수를 할 것”이라 자신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 정도 효율을 낼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로봇 스타트업 상당수가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고 적자를 이어가는 현실에서, 구독 모델이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더 경제적이라는 확신을 주어야만 RaaS가 널리 퍼질 수 있을 것이다.
기술적 도전도 있다. 로봇을 기존 생산라인이나 물류시스템에 원활히 통합하기 위한 표준과 노하우가 아직 부족하다. 기업마다 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쓰고 프로세스가 다른데, 로봇을 들여와 이들과 연동시키려면 상당한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이런 통합 작업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따라서 RaaS 제공업체들은 손쉬운 통합 솔루션과 맞춤형 서비스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데이터 보안 이슈도 간과할 수 없다. 클라우드와 연결되어 원격 제어되는 로봇들은 사이버 공격의 타겟이 될 우려가 있다. 공장 로봇이 해킹당해 오작동하거나, 서비스 로봇이 수집한 개인정보가 유출된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다. 표준 보안 프로토콜 마련과 실시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패치 등을 통해 사이버 보안을 철저히 하여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RaaS 확대의 필수 조건이다.
일자리와 사회적 영향도 중요한 화두다. 로봇이 인간의 단순노동을 대체하면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예컨대 물류창고에 로봇을 도입하면 기존 인력 일부는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를 대비해 기업과 사회는 노동전환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순 반복 업무에 투입되던 사람들을 보다 부가가치 높은 업무나 로봇을 관리·감독하는 역할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식이다.
그러나 로봇이 일자리만 빼앗는 것은 아니다. 로봇 도입이 오히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실증 데이터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기술 혁신과 노동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로봇 도입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과 고용률 증가 속도가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는 속도보다 빠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고숙련 제조업 근로자의 경우, 로봇 노출도가 한 단계 오를 때마다 임금이 2.5% 상승하고 고용률도 0.55%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로봇공학 엔지니어 수요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9% 성장할 전망인데, 이는 전체 직종 평균 성장률보다 빠른 속도다. 미국에만 현재 약 17만 명의 로봇공학 엔지니어가 활동하고 있으며, 중국은 로봇 관련 전공자가 58만 명에 달한다. 로봇공학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은 미국 기준 약 10만 달러(약 1억 3천만 원), 로봇 기술자는 약 7만 달러(약 9천만 원) 수준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꾸준히 창출되고 있다.
실제로 샤오펑의 허샤오펑 회장은 “앞으로 로봇을 가르치고 관리하는 직업이 생겨날 것”이라며, 로봇이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아마존도 로봇 도입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로봇 시스템의 유지보수, 프로그래밍, 모니터링 등 새로운 직무 영역이 생겨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말대로 로봇 시대에는 휴먼 로봇 트레이너, 로봇 운영 관리자, 로봇 정비 기술자, 로봇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새로운 직종이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MIT 연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자리의 63%는 1940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직종이라고 하며, 이는 기술 발전이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것보다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역사적 패턴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부와 산업계는 앞으로 부족할 수 있는 로봇 전문인력 양성에 힘써야 한다. 또한 로봇과 인간이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도록 윤리적 가이드라인과 법·제도 정비도 필요하다. 로봇의 안전기준, 사고 시 책임소재, 프라이버시 보호 원칙 등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초기 자율주행차 도입 때 그랬듯이, 로봇이 사회에 본격 투입될 때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법적 문제들을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규범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RaaS의 등장은 기술 혁신이 비즈니스 모델 혁신으로 이어지는 대표적 사례다. 클라우드가 IT 인프라 이용 방식을 바꿔놓았듯이, 로봇 구독 모델은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해결해야 할 기술적·경제적 과제가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RaaS가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인력 부족 문제에 시달리는 선진국은 로봇을 서비스로 도입함으로써 노동력 공백을 메울 수 있고, 개발도상국의 중소기업들은 초기 비용 걱정 없이 첨단 자동화를 도입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RaaS가 본격화하면, 우리 일상도 변화를 맞이할지 모른다. 언제든 필요한 로봇을 불러쓰는 시대, 가정에 로봇 도우미가 찾아와 집안일을 거들고, 식당에는 로봇 셰프와 서빙 직원이 임시로 투입되는 풍경이 더 이상 SF 영화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변화를 미리 준비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자세다. 기업은 RaaS를 통해 업무 혁신과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되, 근로자 재교육과 내부 수용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 정부는 표준과 제도 정비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고, 사람이 소외되지 않는 기술 도입 원칙을 세워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다가올 로봇 구독 시대를 현명하게 맞이할 준비를 한다면, RaaS는 분명 인류의 삶을 더 풍요롭고 편리하게 만드는 거대한 도약이 될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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