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뇌: 인간 지식과 교육의 새로운 방향
인간 지성과 협력의 새로운 국면
현대 사회는 AI의 비약적인 발전과 함께 인간의 인지 방식과 사회 구조에 큰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본래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발달해왔고, 지식을 외부에 저장하고 공유하는 독특한 방식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정보화 혁명 이후 지식의 획득과 인출 방식은 급격히 달라졌으며, AI는 우리의 의사결정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환경에서 인간은 스스로를 새로운 도구에 맞게 “자기 길들이기” 하며 적응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교육에도 새로운 규칙과 방향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특히 AI 시대에는 인간 고유의 오케스트레이션 능력, 다시 말해 다양한 지식원과 도구를 조율하는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사회적 뇌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해 지식 활용 방식의 변화, AI와 인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미래 교육의 방향까지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사회적 뇌와 지식의 외부화
인간의 뇌는 사회적 뇌라고 불릴 만큼,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데 특화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조상은 생존을 위해 집단을 이루었고, 집단 내에서 지식을 공유하며 발전해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두뇌만으로 모든 것을 기억하기보다 지식을 외부에 저장하는 전략이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부족 사회에서는 구전이나 집단 기억을 통해 생존에 필요한 지식이 전승되었고, 문자가 발명된 이후로는 중요한 정보가 기록되어 책이나 문서 형태로 축적되었습니다. 이는 인간이 자신이 가진 지식을 외부의 매개체(다른 사람, 기록물 등)에 이전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다룰 수 있게 된 전략입니다.
이러한 지식의 외부화는 인간 사회의 중요한 특징입니다. 한 개인은 모든 걸 알 필요 없이, 누가 어떤 지식을 갖고 있는지 혹은 어디에 그 지식이 저장되어 있는지를 알고 있으면 됩니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트랜스액티브 메모리”라고 부르는데, 서로 다른 구성원이 각자의 전문 지식을 맡고 집단적으로 거대한 기억체계를 이룹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나 팀에서 “그 분야는 A가 잘 알아”라고 서로 암묵적인 역할 분담을 한다면, A는 그 주제의 살아있는 데이터베이스 역할을 하고 다른 사람들은 필요할 때 A에게 질문하여 지식을 얻습니다. 이런 분업적인 기억 시스템 덕분에 인류는 협력하여 방대한 지식을 축적하고 활용할 수 있었죠.
정보화 혁명 이후 달라진 지식 인출 능력
20세기 후반부터 본격화된 정보화 혁명은 인간의 지식 활용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거의 모든 사실 정보를 온라인 검색을 통해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지식은 더 이상 머릿속에 넣어두어야 할 무거운 짐이 아닌, 필요할 때 즉시 찾아 쓰는 클라우드 자원처럼 되었습니다. 이는 앞서 말한 트랜스액티브 메모리가 기술을 통해 극대화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은 일종의 “슈퍼 기억 창고” 역할을 하여, 전 인류의 지식을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했고, 우리는 이제 사실 그 자체를 기억하기보다는 그 사실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를 기억하는 경향이 강해졌습니다.
실제로 2010년대 초에 이루어진 한 실험은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줍니다. 사람들에게 어려운 퀴즈를 풀게 한 뒤, 나중에 그 답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조사했더니, 인터넷으로 검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 집단은 정답 내용 자체보다는 그 정답을 찾아볼 경로(예컨대 웹사이트)를 더 잘 기억해냈다고 합니다. 반면 인터넷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문제를 풀었던 집단은 답 그 자체를 기억하려는 경향이 더 강했습니다. 이 결과는 인터넷이라는 외부 기억장치가 생기면서 사람들이 두뇌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도록 습관이 바뀌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어차피 찾아보면 되니까 굳이 다 외울 필요 없어”라는 인지적 판단을 무의식중에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정보화 혁명 이후 인간은 지식을 외부에서 필요할 때마다 끌어오는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검색엔진 덕분에 모르는 정보를 순식간에 얻을 수 있고, 온라인 백과사전이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깊이 있는 지식에도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 측면으로, 개개인의 기억력 의존도는 낮아져서 암기나 숙련을 통한 장기기억의 축적은 예전만 못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교육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여, 단순 암기보다는 비판적 사고력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길러주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정보화 혁명이 가져온 환경에서는 “무엇을 아는가”보다 “필요한 지식을 어떻게 찾고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한 역량이 된 것입니다.
AI의 등장과 인간 결정에 대한 무의식적 수용
인터넷이 우리의 기억법을 바꾸었다면, AI는 우리의 판단과 결정 방식에까지 영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크고 작은 결정 과정에서 AI의 도움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앱이 추천하는 경로를 별 의심 없이 따라가거나,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추천 알고리즘이 골라준 콘텐츠를 자동 재생되는 대로 시청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종종 AI의 제안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곤 하는데,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자동화 편향”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즉, 기계나 알고리즘이 내려준 결정을 인간이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문제는 AI의 판단이나 추천도 결국 데이터와 프로그램에 기반한 결과물일 뿐이며, 완벽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AI를 일종의 객관적 권위로 여기며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에게 가상의 의료 AI 시스템이 진단을 도와주는 실험을 했습니다. 이 AI는 일부러 약간의 편향된 오답을 섞어 제시하도록 설정되었는데, 사람들은 AI의 지시에 따라 그릇된 판단을 내렸을 뿐 아니라, 나중에 AI의 도움 없이 혼자 결정할 때도 이전에 AI가 보였던 같은 유형의 오류를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참가자 중 다수는 AI의 오답을 알아챘다고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죠. 이 실험은 AI의 제안을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경험이 이후의 사고 패턴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인간의 편향성 실험)
이렇듯 우리는 알게 모르게 AI의 판단을 맹신하거나 반복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습니다. AI가 추천해주는 상품을 별 고민 없이 구매하거나, 뉴스 피드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기사만 접하면서 여과된 현실을 사실이라고 믿게 되는 식입니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은 편리함을 주지만 동시에 “필터 버블”이라는 정보 편식 현상을 초래해 우리의 인식 범위를 좁히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AI의 영향력을 무의식 중에 수용함으로써, 우리의 판단력과 주체성이 약화될 위험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AI 시대에 인간이 이러한 함정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결정 권한을 서서히 기계에 양도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기술 혁신과 인간의 자기 길들이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인간은 그 기술에 맞춰 자신의 생활방식과 심지어 사고방식까지 변화시켜 왔습니다. 이를 가리켜 인간의 자기 가축화라고 합니다. 과거 농경사회로의 전환을 통해 인류 스스로가 보다 정착적인 생활과 협동에 적응했던 것처럼, 현대의 기술 혁신 또한 우리에게 새로운 규율과 습관을 요구합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사람들은 수시로 울리는 알림음과 방대한 정보의 홍수를 다루기 위해, 의식적으로 주의력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몇 분 이상 집중하기 어려워진 자신의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고 디지털 디톡스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늘었지요. 이는 스마트폰이라는 기술에 맞서 인간이 스스로를 단련하려는 노력을 보여줍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의 뇌 자체도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의 터치스크린을 자주 사용하는 사람들은 손가락 감각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성 패턴이 변하고, 특히 엄지손가락을 사용하는 동작에 맞춰 뇌신경망이 재조직된 사례가 확인되었습니다. 일상적으로 새로운 도구를 쓰는 행위가 신체적 훈련처럼 뇌 구조까지도 바꿀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렇듯 인간은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스스로를 길들이는 이중적 모습을 보입니다. 하나는 기술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의지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무의식적 차원에서 신체와 인지 기능이 적응하는 모습입니다. 과거에 기계식 시계가 보급되었을 때 우리는 시간 엄수와 일정 관리라는 근대적 생활 규율을 내면화했고,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는 교통법규를 지키는 습관을 익혔습니다. 마찬가지로 AI 비서나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되는 시대에는 인간이 언제 기계에 맡기고 언제 직접 개입해야 하는지 스스로 학습하고 훈련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인간 고유의 능력을 유지하고 키우기 위한 자기 단련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AI 시대의 교육과 새로운 규칙 설정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주로 지식을 전달하고 기억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AI 시대의 교육은 지식을 활용하고 판단하는 법을 가르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창의적 사고는 무에서 탄생하지 않습니다. 풍부한 지식과 기억이 새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재료’가 되기 때문입니다. 암기는 여전히 창의성의 중심 토대이며, 학교와 교육기관은 ‘얼마나 많이 외우고 있는가’를 경시하면 안됩니다. 그러나 AI가 사실정보를 즉시 제공하는 시대에는 암기에만 머무르지 않고 기억한 지식을 어떻게 응용·재구성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를 함께 길러야 인간의 경쟁력이 확보됩니다. 이제 학교와 교육 기관은 탄탄한 암기 기반 위에 “그 지식을 어떻게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가”를 가르쳐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편으로는 교육 현장에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칙도 필요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초기에는 혼란이 있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2022년 말 ChatGPT가 학생들의 숙제를 대신 해줄 수 있다는 논란이 일자, 이듬해 초 일부 학교들은 부랴부랴 교내에서 이러한 AI 도구의 사용을 금지하기도 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AI에 답을 베껴내 제출하면 비판적 사고나 문제 해결력을 기를 기회를 놓칠까 우려했고, 또 AI의 응답이 항상 정확하지 않아서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위험도 고려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금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오히려 현실에 존재하는 기술을 교육적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지침을 마련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유네스코에서는 2023년에 처음으로 생성형 AI의 교육 활용 지침을 발표하면서, 각국 학교와 기관이 이러한 AI 도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세울 것을 권고했습니다. 이 지침은 학생들이 AI를 사용할 때 윤리적인 한계를 이해하고, AI의 도움을 받더라도 학습 자체는 인간이 주도할 수 있도록 여러 원칙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경우에는 AI 사용을 제한하여 학생들이 직접 사고하고 탐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권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결국 교육자들의 과제는 AI를 도구로서 적절히 통제하면서도 학생들이 그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험에서 AI를 쓰면 부정행위” 같은 소극적 규칙뿐만 아니라, 과제 수행 시 AI를 활용하되 출처 밝히기, AI가 틀릴 수 있으므로 교차 검증하기 등의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활용 규칙을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요컨대 AI 시대의 교육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하나는 AI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현명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대신해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심화·육성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균형 있게 해내기 위해서 교육 현장에 새로운 원칙과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할 것입니다.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의 중요성
그렇다면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강조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오케스트레이션이란 원래 오케스트라 지휘에서 온 비유로, 다양한 악기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아름다운 연주를 만들도록 지휘하고 조율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AI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역량을 논할 때 이 용어를 쓰는 이유는,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여러 종류의 AI 도구, 방대한 정보원, 그리고 인간 팀원들까지 한데 어우러져 일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잡한 협업 환경에서 각 요소를 잘 활용하여 종합적인 해결책이나 창조적인 결과물을 끌어내는 사람이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미래의 직장인을 상상해봅시다. 그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데이터 분석은 AI 도구에 맡기고, 초안 작성을 또 다른 AI에게 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데이터를 분석할지 결정하는 것, AI가 작성한 결과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것,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피드백을 받아 통합하는 일 등은 여전히 인간 지휘자의 몫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입니다. AI 한 가지를 잘 다루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여러 도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동시에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역량은 단순한 개별 기술 숙련과는 달리 메타역량, 즉 종합적인 지휘 능력에 가깝습니다.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에는 여러 요소가 포함됩니다. 계획 수립 능력, 의사소통 및 조정 능력, 비판적 평가 능력, 그리고 창의적 통찰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AI의 출력물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맥락을 고려하여 판단하고 필요하면 추가 지시를 내릴 줄 아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마치 유능한 지휘자가 악보만 보지 않고 공연장의 음향, 연주자들의 컨디션, 청중의 반응까지 살펴가며 지휘하듯이, 오케스트레이션 역량을 갖춘 인재는 AI의 결과물과 주변 상황을 모두 고려해 최적의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혼자 문제를 푸는 능력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AI 시대에 가치 있는 인간은 문제를 스스로만 잘 푸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 자원을 모아 더 큰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이러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은 교육을 통해 충분히 강화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반 학습이나 팀 활동, 그리고 멀티리터러시 교육 등이 그 예입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정보원을 찾아보고, 서로 역할을 나누어 협력하며,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메타인지 능력과 조율 감각이 길러지게 됩니다. 궁극적으로 AI가 발전할수록 인간은 각각의 AI를 도구삼아 더 큰 능력을 발휘하는 지휘자로 거듭나야 하며, 오케스트레이션 능력은 그러한 인간-기술 협업 시대의 핵심 역량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AI 시대의 인간 역량과 교육 방향
AI 시대를 맞아 “인간다운 능력”의 중요성이 역설적으로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제 인간이 기계와 차별화될 수 있는 역량은 무엇이며, 미래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종합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입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을 찾아내고 지식을 축적하는 데 뛰어나지만, 전혀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은 아직 인간의 몫입니다. 교육에서는 학생들이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열린 문제에 도전하고, 실패를 거쳐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내는 창의적 경험을 많이 해보게 해야 합니다.
둘째, 비판적 사고와 정보 판별력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AI의 답변이라고 해서 무조건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정보의 신뢰성을 평가하고 다른 관점과 비교하는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따라서 교육은 하나의 권위 있는 교과서만을 주입하기보다는, 다양한 자료를 탐색하게 하고 스스로 판단해보는 연습을 강조해야 합니다.
셋째, 공감과 의사소통 능력입니다. 인간만이 지닌 감정적 지능(EQ)은 AI가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능력, 그리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은 사회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AI 시대에도 팀워크와 인간관계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으며 오히려 더 강조될 것입니다. 교육에서는 토론, 협업 과제, 봉사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의 사회성과 협업 역량을 키울 수 있습니다.
넷째, 윤리의식과 책임감입니다. AI 기술이 막강해질수록 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간은 도덕적 판단과 책임을 지는 주체로서, 기술이 유발할 수 있는 사회적 영향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교육에서는 과학기술윤리, AI 윤리 등에 대한 토론과 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책임 있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다섯째, 평생학습 능력과 적응력입니다. AI 시대에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학교 교육 단계에서 배운 지식만으로 평생을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대신 새로운 것을 계속 배우고 적응하는 능력이 중요하지요.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익히고, 졸업 후에도 꾸준히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학습법 교육과 메타인지 능력 향상에 힘써야 합니다.
정리하면, AI 시대에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단순한 지식 암기가 아니라 종합적인 역량의 조화입니다. 앞에서 강조한 오케스트레이션 능력도 바로 이러한 여러 능력을 통합적으로 발휘하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 사회에서는 암기나 계산같이 AI가 훨씬 잘하는 영역에서는 기계의 도움을 받되, 문제를 정의하고 방향을 설정하며 여러 자원을 결합해 가치를 창출하는 역할은 인간이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교육의 목표 역시 학생들이 그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설정되어야 합니다.
이제 인간은 창의성과 소프트 스킬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기계가 더 잘하는 영역에 집착하기보다는, 암기와 같은 기계적 학습을 줄이고 창의력·소통 능력·공감 능력을 기르는 데 힘써야 합니다. 이는 학교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정확히 맞닿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간 오케스트레이션의 가치를 되새겨 봅니다. AI는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하며 우리의 삶 곳곳을 편리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러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없이는 개별 연주자들이 제 실력을 발휘하더라도 훌륭한 교향곡을 만들어내지 못하듯, AI들도 인간의 지휘와 조율이 없다면 사회에 진정한 가치와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할 것입니다. 인간의 사회적 뇌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때, 그리고 도구를 잘 활용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해왔습니다.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주어진 지금, 우리의 협력적 지성과 조율 능력을 더욱 계발하여 인간과 AI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교향곡을 만들어야 할 때입니다. 교육은 그 준비를 돕는 든든한 밑바탕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의 시대에도 인간다움과 학습을 통해 사회적 뇌의 잠재력을 꽃피우고, AI와 조화를 이루어 밝은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합니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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