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AI 업계는 거대 모델 경쟁의 격화와 함께 인프라·생태계 전반에 걸친 지각변동이 펼쳐졌다. 무엇보다 구글의 ‘제미나이 3 프로’와 이미지 편집 서비스 ‘나노바나나 프로’ 출시가 업계를 뒤흔들었다. 노벨상 수상자 제프리 힌튼 교수는 “구글이 이제 막 오픈AI를 앞서가기 시작했다”며 “결국 경쟁에서 이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구글이 풍부한 데이터, 자체 칩(TPU), 방대한 연구진이라는 삼중 우위를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글에 위기감을 느낀 오픈AI는 사내에 ‘코드 레드’를 발령하고 GPT-5.2 출시를 앞당겼으며, 이미지 도구 ‘GPT-이미지 1.5’를 급히 내놓아 나노바나나 프로를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 밀어내는 데 성공했다. 양사의 치열한 시소 게임이 한 달 내내 이어진 셈이다.

인프라 투자와 반도체 생태계의 재편

AI 인프라 지형에서도 중대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삼성전자는 구글 차세대 TPU용 HBM4 품질 검증에 최종 통과하며 내년 공급 물량 계약을 완료했다. 브로드컴의 혹 탄 CEO가 직접 방한해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구글 TPU 생태계가 엔비디아 GPU 중심에서 급속히 다변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월가에서는 구글 TPU 물량이 2028년까지 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들의 IPO 유턴도 주목할 만하다. 퓨리오사AI,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등 유망 기업들이 나스닥 대신 국내 상장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AI 3강 국가’ 국정과제와 코스피 4000선 돌파, 그리고 신규 상장 AI 기업들의 주가 호조가 맞물린 결과다.

AI 코딩 도구의 급성장과 바이브 코딩 시대

AI 코딩 시장에서는 ‘바이브 코딩’이라는 새로운 흐름이 본격화되었다. 구글이 레플릿과 다년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기업 시장 진출을 가속한 것이 대표적이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드와 커서(Cursor) 모두 연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레플릿은 1년 만에 매출이 50배 이상 급증하며 3강 구도가 형성되었다. 앤트로픽은 여기에 더해 JavaScript 런타임 Bun을 인수하며 AI 코딩 인프라를 강화했고, 맞춤형 에이전트 대신 도메인 노하우를 담은 ‘스킬(Skills)’ 활용 전략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커서 역시 코드리뷰 플랫폼 Graphite를 인수하며 개발 워크플로우 전체를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AWS도 며칠간 자율 작동하는 AI 에이전트 시리즈를 공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인재 이동과 사회적 파장

인재 시장에서는 ‘딥러닝의 거장’ 얀 르쿤이 메타를 떠나 프랑스 파리에 스타트업 AMI 랩스를 설립한다는 소식이 큰 화제를 모았다. 설립 전부터 기업가치 5조 원을 인정받는 파격적인 상황으로, 그가 추구하는 ‘월드 모델’ 기반 AI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르쿤은 “현재의 LLM은 미래가 없다”며 실리콘밸리의 생성형 AI 편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한편 미국에서는 AI 시대를 맞아 청년들이 블루칼라 직종으로 대거 이동하는 ‘블루 러시’ 현상이 두드러졌다. 화이트칼라 채용 공고가 12.7% 감소하는 동안 데이터센터 전기기사 연봉은 2억 원을 넘어서며,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현장 기술직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에서는 소설가 51%가 “생성형 AI가 소설을 완전 대체할 것”이라 응답하는 등 창작 분야의 위기감도 깊어지고 있다.

오픈AI의 위기론과 업계 재편

한편 오픈AI를 둘러싼 위기론도 고조되었다. 영화 ‘빅쇼트’의 마이클 버리는 “오픈AI는 제2의 넷스케이프로 파멸이 예정돼 있다”고 경고했다. 구글 제미나이의 추격, 막대한 적자, 그리고 MS의 지식재산권 흡수 구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IPO 전 생존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카카오가 포털 다음(AXZ)을 매각하며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유력 인수후보로 거론되었다. 1세대 포털의 데이터 자산과 AI 스타트업의 기술력이 결합하는 새로운 형태의 빅딜이 성사될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 번역의 제미나이 기반 실시간 통역 도입, 구글 검색의 AI 모드 전면 교체 시작 등 AI가 일상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흐름도 한층 가속화된 한 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