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의 재편과 이머징 마켓의 위기

최근 선진국들이 값싼 해외 인건비를 찾아 떠났던 생산시설을 자국이나 우방으로 되돌리는 ‘리쇼어링(reshoring)’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국제 분업 구조에 큰 변화를 일으켜, 그동안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세계 제조업을 떠받쳐온 신흥국(이머징 마켓) 경제에 막대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시뮬레이션 연구에서는 거대한 자원을 소수의 강대국이나 기업이 독점할 경우 자원 수출에 의존해온 개발도상국들의 경제가 급속히 위축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화의 수혜로 성장해온 여러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리쇼어링과 공급망 블록화로 성장 동력을 잃고 도리어 퇴보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경기 침체를 넘어 정치·사회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제적 몰락이 소규모 분쟁이나 내전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국경을 넘나들며 각국 정부보다 거대한 경제 규모를 형성하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웬만한 국가의 GDP보다 많은 연간 수익을 올린다. 실제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주체 200곳 중 157곳이 국가가 아니라 기업이었다고 한다. 월마트, 애플, 쉘(Shell)과 같은 기업들의 매출은 러시아나 벨기에 같은 국가의 경제 규모를 뛰어넘을 정도였다. 이러한 기업 권력의 증대는 국가의 통제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키고, 규제보다 기업의 이해관계가 우선시되는 현상을 불러왔다. 그 결과 거대 기업들은 세제·통상 정책 등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구축하는 한편, 개발도상국 정부는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환경 기준을 스스로 낮추는 ‘레이스 투 더 바텀(race to the bottom)’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국가의 힘이 약화되고 기업의 힘이 강화되는 이 구조적 변화는 향후 세계 경제 질서에서 국가보다 기업이 주도하는 시대를 예고한다.

한편, 미·중을 비롯한 초강대국들은 자국 중심의 경제블록을 형성하며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추진하고 중국 견제를 위한 블록화를 가속화하고 있고, 중국 역시 일대일로와 브릭스 확장을 통해 자체 블록을 구축 중이다. 이러한 지역 블록 경제 체제에서는 블록 내 무역과 협력이 강화되지만, 블록 간에는 긴장이 고조되어 국제 분쟁의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경제 블록화로 인한 패권 충돌이 군사 동맹 강화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요컨대, 리쇼어링과 블록화로 특징지어지는 새로운 국제 분업 체제는 몇몇 강대국과 거대 기업에게 유리하게 재편되는 반면, 그 사이에서 글로벌 남반구의 다수 국가들은 경제적 입지가 흔들리고 정치적 불안정과 갈등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과 우주 시대의 자원 기반 화폐

이러한 격변기 속에서 화폐의 개념 또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미래 경제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새로운 통화로 주목받는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나 금·원유 등의 자산에 가치를 연동하여 가격을 안정시킨 암호화폐를 말한다. 이미 테더(USDT), USDC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량 기준 약 3,0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고, 하루 200~300억 달러 상당의 거래에 활용될 정도로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테라USD(UST) 등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실패 사례도 있었지만, 전반적인 시장 규모와 활용도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2022년 5월 한국계 스타트업이 발행한 테라USD가 달러 가치 페그(peg)에 실패하면서 며칠 만에 400~500억 달러 이상 증발하는 붕괴를 겪었고, 창업자 권도형은 2025년 12월 미국 법원에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 전체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효용성을 인정받은 담보형 스테이블코인들을 중심으로 시장은 재편되었고,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모색하는 중이다. 마치 18세기 존로가 프랑스에서 종이화폐를 처음 도입했다가 미시시피 버블로 한차례 파국을 맞았지만 지폐라는 혁신적 아이디어의 효용성은 살아남아 현대 통화 체제의 토대가 된 것과 유사한 맥락이다. 급격한 붕괴를 겪은 테라 사태 이후에도 스테이블코인의 잠재력과 필요성은 유효하며, 이는 향후 화폐 진화의 방향을 시사한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개념은 가치의 연동(바인딩)이다. 현재는 달러 등 기존 자산에 연동하지만, 미래에는 인류가 개척하는 새로운 영역의 가치와 결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본격적인 우주시대가 열리면 달·화성 등 우주 자원과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한 미래학자들은 에너지나 우주 광물 같은 실체 자원에 기반한 통화를 언급해왔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5년 11월 인도 기업가 니킬 카마스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가 진정한 화폐(Energy is the true currency)”라고 언급하며 비트코인이 전력(에너지)을 소모해 얻어지므로 일종의 에너지 기반 통화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정부가 돈은 찍어낼 수 있어도 에너지는 찍어낼 수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가치 체계는 에너지처럼 물리 법칙에 근거한 실물에 연동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통찰은 미래의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기존 화폐에 연동된 디지털 자산을 넘어, 인류가 새롭게 확보하는 거대 자원에 기반한 글로벌 가치 척도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예를 들어 인류가 거대 금속 소행성을 채굴하게 된다면, 그 소행성의 자원 가치를 담보로 한 스테이블코인이 등장할 수 있다. 화성과 목성 사이에 위치한 소행성 16 Psyche는 이러한 논의의 대표적 사례다. NASA의 Psyche 미션 수석 연구원 린디 엘킨스-탠턴(Lindy Elkins-Tanton)에 따르면, 이 소행성에 포함된 금속의 가치는 약 10경 달러(10 quintillion dollars)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우주 자원의 잠재적 규모가 지구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논의의 가치가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자산이기에 이처럼 신규 자산 가치에 탄력적으로 연동시킬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다. 궁극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우주 시대의 거대 자원과 인류의 생산력에 대한 가치 척도로 진화하여, 지역 블록화된 경제권 사이에서 표준 가치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 없는 사회와 새로운 경제 정의의 필요성

기술 발전,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혁신은 인간 노동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자동화 기술은 제조업뿐 아니라 서비스업까지 광범위하게 인간을 대체하고 있으며, 머지않아 대다수 산업 영역에서 인간의 노동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단순한 실업률 상승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 경제 시스템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은 소득 분배 구조에서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무가치한 존재로 치부될 위험이 있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AI 시대에 대량으로 등장할 수 있는 이러한 계층을 일컬어 “쓸모없는 계급(useless class)”의 부상이라고 경고했다. 2016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하라리는 “인공지능이 더 똑똑해질수록 더 많은 인간이 일자리 시장에서 밀려나 경제적 쓰레기장에 버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라리는 현재의 정치·경제 구조가 군인이나 노동자로 국가에 유용한 역할을 하는 인간을 전제로 형성되었는데, 그 자리를 기계가 대체하면 기존 체제는 더 이상 인간 다수에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쓸모없다”는 표현이 도덕적 관점이 아닌 경제·정치 시스템의 관점에서 본 것임을 강조했다. 즉, 생산과 국방에서 소외된 인간을 시스템이 필요로 하지 않게 되는 디스토피아적 시나리오도 가능한 것이다.

이런 미래가 현실화되면 수많은 인구가 경제 체제 바깥으로 밀려나 소득도 목적 의식도 없는 삶에 직면할 수 있다. 단순히 경제성장률이나 고용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존엄과 사회 안정의 문제가 된다. 역사상 산업혁명기에도 기계화로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컸지만, 새로운 산업과 직업이 창출되며 인간 노동의 영역이 변화해왔다. 그러나 AI 혁명은 이전과 결이 다르다. 기계가 인간의 인지능력마저 능가하며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체 가능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라리는 “이런 종류의 예측은 산업혁명 초기부터 200년간 있어왔고 한 번도 맞은 적이 없다”면서도 “양치기 소년 이야기에서 결국 늑대는 정말로 나타났다. 이번에는 진짜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새롭게 생겨날 직업들조차 인간보다 AI가 더 잘해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결국 노동을 통한 가치 창출이 인간의 몫이 아닌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노동이 아닌 방식으로 인간의 가치를 인정하는 새로운 경제 정의가 필요하다. 일하지 않아도 인간에게 삶을 영위할 기본 소득과 자원을 배분하는 보편적 기본소득(UBI) 논의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행 자본주의에서 돈은 기본적으로 노동 또는 생산성을 기준으로 분배되지만, 노동이 희소한 가치가 아닌 사회에서는 이 공식이 무의미해진다. 만약 AI와 로봇이 거의 모든 생산을 담당하고 부를 창출한다면, 전통적 관점에서는 부를 창출하지 않는 인간 다수에게 경제적 가치가 매겨지지 않을 위험이 있다. 다시 말해, AI와 자본 소유자는 부유해지고 실업자 대중은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지는 극단적 양극화 사회가 펼쳐질 수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인간의 존엄과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인간이 노동자로서 기여하지 않아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경제적 가치의 정의를 재검토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치를 상정하고, 그것을 화폐와 분배 체계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평균 노동 시간을 화폐 가치의 근거로 삼는 경향이 있었다. 노동력이야말로 가치 창출의 원천이라는 노동가치설적 사고가 화폐제도 근간에 깔려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이러한 전제가 무너진다. 기계가 대부분의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한다면, 화폐를 노동 투입량으로 측정하는 전통은 AI에게만 가치를 부여하고 인간에겐 0의 가치를 책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이것은 경제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화폐의 가치 기준을 인간의 존재와 삶 그 자체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예컨대 인간의 삶의 질, 행복, 시간 등을 화폐가 측정하고 보장하도록 설계하는 방안들이다. 이러한 사고 전환 없이는 AI 시대의 경제에서 대다수 인간은 주변부로 밀려나 사회 체제의 정당성이 흔들릴 우려가 있다.

AI 시대의 화폐: 인간의 시간과 생명 가치의 포착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미래의 화폐는 무엇을 가치 기준으로 삼게 될까? 한 가지 떠오르는 개념이 인간의 시간이다. 만약 인간이 더 이상 노동을 통해서만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면, 남은 유한한 자산은 ‘삶의 시간’ 자체일 수 있다.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졌지만 동시에 한정된 자원인 시간은, 역설적으로 가장 궁극적인 희소 가치가 된다. 과거 노예제나 농노제 사회에서 인간이 노동력 그 자체로 자원 취급을 받았다면, AI 시대에는 인간의 생물학적 수명 시간이 새로운 자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이는 상당히 철학적이고 논쟁적인 발상이다. 그러나 이미 현재의 경제에서도 보험이나 보건경제학 분야에서는 인간 수명을 금전 가치로 환산하는 시도가 있다. 예를 들어 생명보험은 한 개인의 예상 수입과 생물학적 가치를 계산해 보험금을 책정하고, 국가 차원의 보건 정책에서도 삶의 질 보정 수명 개념 등을 활용하여 한 해 수명의 가치를 평가하곤 한다. 즉 인간 생명의 경제적 가치 평가는 어느 정도 현실화되어 있는 셈이다.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화폐가 이러한 인간 시간 가치를 포착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디지털 화폐는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므로, 특정 알고리즘에 따라 인간 개개인의 남은 수명이나 건강지수를 포인트로 환산해 화폐처럼 거래하게 할 수도 있다. 이는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지만, 이미 일부 SF에서는 생명 시간이 통화 단위로 쓰이는 세계를 그리기도 했다. 예컨대 영화 <인 타임="">(2011)에서는 사람들이 통장 대신 팔뚝에 남은 수명 시간을 표시하고, 커피 한 잔을 사마시는 데 4분의 수명을 지불하는 식의 설정이 나온다. 물론 이것은 극단적인 문학적 상상이며,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인간의 시간/건강과 화폐의 연계라는 개념 자체는 충분히 논의될 수 있는 주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극적으로 늘어나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시대가 온다면, 오히려 그만큼 '팔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생명 시간의 일부를 경제 활동에 제공하는 개념도 등장할 수 있다. 예컨대 150년 중 30년을 담보로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재화를 얻는 식이다. 현재도 일부 청년들은 미래의 노동 소득을 담보로 학자금 대출을 받고, 운동선수는 전성기 기간을 구단에 팔아 거액의 연봉을 받는 계약을 맺는다. 이런 맥락이 확장되면 인간 수명의 조각화 및 금융자산화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윤리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을 것이므로, 사회가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느냐에 달렸다.

결국 중요한 것은 AI 시대에도 인간의 고유한 가치를 어떻게 경제 체계에 통합할 것인가이다. 기술의 발전은 효율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인류 전체에 풍요를 가져다줄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가치 분배 원리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부는 소수에게 집중되고 다수는 무의미한 존재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화폐와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재구성이 논의되어야 한다. 예컨대 각 개인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디지털 화폐 기본소득, 또는 인공지능과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여 인간을 위한 사회배당으로 활용하는 구상 등이다. 포스트 일(jobless future)의 경제에서는 “누가 얼마나 생산했는가”보다 “모든 인간이 최소한의 가치와 존엄을 보장받는가”가 핵심 지표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지표를 측정하고 구현하는 도구로서 화폐가 새롭게 정의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시간, 창의성, 감정 등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인간 요소들이 새로운 가치로 부상할 것이며, 미래의 디지털 화폐는 이를 포착하고 교환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자연 한계를 넘어 우주로 – 인류 경제의 다음 프런티어

인류 역사는 자연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혁명으로 먹을거리를 증산하고, 산업혁명으로 화석연료 에너지를 대량 활용했으며, 정보혁명으로 지식과 정보를 폭발적으로 확산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모두 지구라는 한정된 무대에서 벌어진 것이었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고 변형함으로써 번영해왔지만, 지구 자원의 한계에 이제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 환경파괴, 자원 고갈의 경고음이 전 세계적으로 울리고 있다. 현 추세대로 지구를 착취하면 머지않아 인류 자신의 생존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렇다고 성장과 발전을 완전히 멈출 수도 없다. 인류는 팽창과 진보의 본능을 지닌 존재이며,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욕망을 포기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로 수렴한다. 지구 바깥의 새로운 프런티어, 즉 우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우주에는 지구의 수백만 배에 달하는 에너지와 물질 자원이 존재한다. 태양은 인류 문명이 현재 소비하는 에너지의 억만 배를 매초 생산해내고 있으며, 수많은 소행성과 행성에는 철, 니켈, 금, 백금, 헬륨-3 등에 이르기까지 상상하기 힘든 양의 자원이 매장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16 Psyche 소행성의 사례처럼, 특정 우주 천체 한 곳에 지구 전체 GDP 합계를 뛰어넘는 가치가 숨어 있을 가능성도 높다. 인류가 이 자원에 손을 뻗을 기술과 경제력을 갖춘다면, 자원의 희소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물론 우주 광물 채굴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기술적 난제가 따른다.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기업들이 로켓 재활용 기술 등으로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것은 사실이지만, 소행성 채굴의 상업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실제로 우주 자원 채굴의 현실적 장벽은 상당하다. 2010년대에 설립되어 주목받았던 소행성 채굴 스타트업들 “Planetary Resources, Deep Space Industries 등” 은 자금난과 기술적 한계로 대부분 폐업하거나 인수되었다. Planetary Resources는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 등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2018년 블록체인 기업에 인수되며 사실상 해체되었다. 소행성까지의 왕복 비용, 무중력 환경에서의 채굴 기술, 채굴한 자원을 지구로 운반하는 물류 문제 등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낙관적인 전망에서는 향후 20~30년 내 기술적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고 보지만, 현실적으로 2020년대에 상업적 소행성 채굴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다. NASA의 Psyche 탐사선이 2023년 발사되어 2029년 소행성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이는 과학 탐사 목적이지 채굴 목적이 아니다.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우주 자원의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다. 우주로 진출하면 지구상에서 풀기 어려웠던 많은 문제들을 새로운 스케일에서 재검토하게 된다. 에너지 문제를 예로 들면, 지구에서는 화석연료 연소로 인한 환경문제가 심각하지만, 우주 공간에서는 태양광을 24시간 수집해 지구로 전송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 위성 아이디어도 가능해진다. 자원 채취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파괴와 인권 문제도 완화될 수 있다. 콩고의 코발트 광산처럼 광물 채굴에 아동 노동과 생태 훼손의 문제가 뒤따르던 것을, 무인 우주채굴이 대체하면 지구상의 취약계층이 겪는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물론 우주 자원 채굴이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 경쟁을 초래할 가능성도 경고되고 있다. 한 시뮬레이션 연구는, 만약 특정 국가나 기업이 대량의 우주 자원을 가져와 시장을 교란하면 금값이 단숨에 50% 폭락하고, 자원 수출국 경제가 붕괴하면서 국제적 자원 쟁탈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우주 시대에는 부의 양극화와 새로운 갈등 양상이 펼쳐질 수도 있다. 따라서 국제 사회가 우주 이용에 관한 룰과 협력 체계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서 화폐와 경제 시스템의 역할도 재구성될 것이다. 우주에서 얻은 막대한 자원을 지구 경제와 교환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척도가 필요하며, 앞서 논의한 스테이블코인이 그 유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미 국제통화기금에서는 특별인출권(SDR)처럼 여러 자산에 연동된 초국가적 통화를 운용하고 있는데, 미래에는 여기에 우주 자원 지수나 글로벌 에너지 지수가 포함될 수도 있다. 또한 우주 시대에는 지구상에서처럼 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를 발행·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탈중앙화된 디지털 화폐가 주류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행성 간 통신 지연(화성-지구 간 24분)을 고려할 때 현재의 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이 그대로 적용되기는 어려우며, 새로운 형태의 분산 원장 기술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인류가 지구 밖 생태계를 경제권으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금융 인프라로서, 탈중앙 디지털 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그 최종적인 가치 기준으로 인간의 생명, 시간, 행복 등까지 포괄함으로써, 기술 진보와 인간 존엄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미래 경제를 위한 거대한 질문

지금 인류는 경제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곡점에 서 있다. 리쇼어링과 경제 블록화로 세계화의 흐름이 재편되고, AI와 자동화로 노동의 의미가 변하며,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자산으로 화폐 기술이 혁신 중이다. 동시에 기후위기와 자원 한계로 지구라는 무대가 흔들리고 있어, 우주로 시야를 넓혀야 할 필요성도 대두된다. 이러한 거대한 전환기에 우리는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한다. 과연 경제란 무엇을 위한 것인가? 화폐란 무엇의 가치를 반영해야 하는가? 인간의 삶은 어떻게 평가되고 보상받아야 정당한가? 산업혁명 이래로 당연시해온 여러 전제 – 값싼 노동력을 찾아 글로벌 분업을 한다든지, 경제 성장만 하면 모두가 잘살게 된다든지, 돈은 생산에 기여한 대가다 등 – 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오히려 지금이 새로운 사회계약을 구상할 기회다. 기술은 인류에게 전례없는 능력을 주었고,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국가의 역할과 기업의 책임, 화폐의 본질과 분배 원칙을 재점검하여,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만들어낼 지혜가 요구된다. 미래의 화폐가 우주 광물과 에너지로 뒷받침되든, 인간의 시간과 행복을 측정하든, 그 궁극의 목적지는 같다. 인류 전체의 번영과 존엄을 지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서, 과거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가 직면한 도전들은 새롭고 복잡하며 범지구적이기에, 그 해법 역시 사고의 유연함과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인간, 기술, 자연이 어우러질 미래 경제의 청사진을 그리는 일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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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uardian, “AI will create ‘useless class’ of humans, predicts Yuval Harari”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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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 Co., “The stable door opens: How tokenized cash enables next-gen payments” (2025)

NASA Science, “Asteroid Psyche”

CNBC, “TerraUSD creator Do Kwon sentenced to 15 years” (2025.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