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경쟁과 이례적 동맹

2025년 11월, 인공지능 업계에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둘러싼 이례적인 협력과 경쟁이 두드러졌다. 우선 OpenAI가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무려 380억 달러(약 51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 인프라 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 Azure 클라우드를 주로 이용해온 OpenAI가 처음으로 AWS 품에 안기면서, AI 초거대 모델 운용에 필요한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 소식에 아마존 주가가 4% 가까이 상승할 만큼 업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한편 구글은 OpenAI의 경쟁사 앤트로픽(Anthropic)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규 투자로 앤트로픽의 기업가치가 약 3,500억 달러(약 510조 원)에 달해, 비상장 기업으로서는 세계 2위 규모로 평가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왔다. 이는 생성형 AI 패권을 둘러싸고 클라우드 동맹과 거액 투자가 잇따르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AI 인프라 수요 급증은 신규 플레이어의 부상을 촉진하고 있다. 메타(Meta)는 코어위브(CoreWeave)와 6년간 $142억 규모의 인프라 계약을 체결하며, AI 연산을 위한 외부 자원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미국 스타트업 코어위브(CoreWeave)는 AI 모델 훈련에 필요한 GPU를 임대해 주는 서비스로 3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두 배로 급증하며 “네오(Neo) 클라우드” 강자로 떠올랐다. 이러한 신생 업체들은 거대 IT 기업들의 AI 연산 수요 폭증을 틈타 단숨에 시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났다. e커머스 기업 쿠팡은 엔비디아(NVIDIA)와 손잡고 한국형 GPU 클라우드 서비스 진출을 선언하며, 자체 GPU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나섰다. 또 국내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퓨리오사는 정부에 국산 AI 칩 구매를 요청하며, 글로벌 GPU 의존도를 낮추고 토종 AI 칩 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소리를 냈다.

또한 경쟁에 뒤처진 기업들은 예상 밖의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애플은 자체 초거대 모델이 완성될 때까지 구글의 최신 AI 모델(제미나이)을 아이폰 음성비서 시리(Siri)에 탑재하기로 하고, 그 대가로 연간 10억 달러(약 1조 4천억 원)를 지불하는 계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폐쇄적 생태계를 고집하던 애플이 경쟁사 기술에 기대는 이례적인 행보로, “AI 경쟁에서 밀린 애플의 사실상 패배 인정”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이처럼 10월에는 AI 패권을 둘러싼 거대 기업들의 합종연횡과 새 플레이어들의 약진이 동시에 펼쳐지며, 인프라 판도가 요동쳤다.

거대 모델 경쟁과 기술 혁신

AI 모델 업그레이드 경쟁도 한층 가속화되었다. OpenAI는 챗GPT에 적용되는 차세대 모델인 GPT-5.1을 출시하였다. GPT-5.1은 ‘인스턴트(Instant)’와 ‘추론(Thinking)’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는데, 전자는 일상 대화와 신속한 응답에 최적화되고 후자는 어려운 문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사고하도록 설계된 고급 추론 모드다. 이를 통해 GPT-5.1은 전반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사용자 지시를 잘 따르고 수학 및 코딩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평가된다. 여기에 더해 OpenAI는 GPT-5.1에서 문의 내용에 따라 두 모델을 자동으로 라우팅하는 체계를 도입하여, 사용자 대부분은 모델 종류를 의식하지 않고도 최적의 응답을 얻을 수 있게 했다.

OpenAI의 경쟁사 앤트로픽도 강력한 신제품으로 맞불을 놓았다. 앤트로픽은 역대 최고 성능의 코딩 특화 AI 모델로 불리는 ‘클로드 오퍼스 4.5’를 공개했다. 이 모델은 복잡한 프로그래밍 문제 해결에 탁월한 능력을 보이며, 가격을 이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 출시되어 주목받았다. 품질과 비용 양면에서 공격적인 전략을 내세움으로써 OpenAI와의 정면 승부를 선언한 셈이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도 등장했다. 미국 스타트업 매니페스트AI는 현행 대형언어모델의 기반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 구조를 대체할 수 있는 신개념 아키텍처 ‘파워 리텐션(Power Retention)’을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 구조는 기존 트랜스포머의 핵심 요소인 ‘어텐션(attention)’ 메커니즘을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유사한 언어 처리 능력을 구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수년간 생성형 AI 혁신을 이끌어온 트랜스포머 모델의 한계를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으려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거대 IT 기업들은 자율적인 AI 시스템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구글은 AI가 사람 개입 없이 자체 코드를 생성하여 장시간 동작하는 개발자 플랫폼 ‘안티그래비티(Antigravity)’를 공개했다.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AI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미래를 앞당긴 기술로, 기존 AI 개발 도구들의 신뢰성 한계를 극복할 솔루션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공개 직후 보안 연구자들이 프롬프트 주입을 통해 안티그래비티의 내부 데이터를 유출하는 사례를 시연하면서, AI 보안에 대한 경고도 잇따랐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이에 상응하는 위험과 윤리 문제가 부각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사건이었다.

AI 인재 이동과 사회적 영향

10월에는 AI 인재와 인력 시장 관련 소식도 눈길을 끌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에서 AI 연구을 이끌어온 얀 르쿤(Yann LeCun)이 회사를 떠나 독자적인 AI 스타트업을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르쿤은 제프리 힌튼, 요슈아 벤지오 등과 함께 “딥러닝의 거장”으로 꼽히는 인물로, 그가 추구하는 ‘월드 모델’ 기반의 새로운 AI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최고 석학들이 대기업을 떠나 실험적인 도전에 나서는 움직임은, AI 분야 혁신이 거대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에서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미국의 데이터 기업 팔란티어(Palantir)는 고졸 신입 사원 채용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회사가 미국의 최상위 고등학생들을 별도 선발하여 곧바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채용한 사실이 알려지며 “학위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AI 시대 인재 확보 전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치열한 AI 인재 전쟁 속에, 실력 있는 젊은 인재라면 대학을 거치지 않아도 현장에서 곧바로 영입하는 파격적 채용이 현실화된 사례다. 이는 AI 붐이 교육과 경력의 전통적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인재상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AI의 사회·경제적 파급력도 본격화되고 있다. 실제로 각종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최근 실적 발표에서는 AI 서비스가 수익 증가를 견인했다는 긍정적인 소식이 이어졌다. 한 때 “돈 못 버는 기술”로 여겨졌던 생성형 AI가 이제는 클라우드 서비스, 업무 자동화 솔루션 등에서 뚜렷한 매출 성장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과학 분야에서도 AI 혁신의 영향이 확인됐다. 5년 전 등장한 알파폴드(AlphaFold)는 생명과학 연구의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백질 구조 예측에 AI를 활용한 이 획기적 돌파구 이후, 신약 개발부터 기초생물학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필수 도구로 자리잡았다.

종합하면 2025년 10월의 AI 동향은 전방위에 걸친 확장과 변화로 요약된다. 거대 기술기업들은 초거대 모델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 협력과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새로운 기술 혁신과 모델 업그레이드가 쏟아져 나왔다. 또한 AI는 산업 지형을 바꾸는 동시에 교육, 고용, 과학 연구 등 사회 각 분야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래의 가능성으로 여겨지던 AI가 이제는 현재의 현실을 재편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