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누가 컴퓨팅을 쥐고, 누가 생태계를 묶고, 누가 신뢰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달이었다면, 5월은 그 질문에 대한 첫 채점표가 나온 달이었다. 앤트로픽은 마침내 가치평가에서 OpenAI를 추월하며 “엔터프라이즈 승자” 베팅이 옳았음을 증명했고, 구글은 I/O 무대에서 검색이라는 자신의 본진을 통째로 AI로 갈아엎으며 추격을 완성 단계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 화려한 경쟁의 그늘에서, 에이전트는 ‘스프롤’이라는 관리 비용을, 미소스는 보안 공포를, 일자리 시장은 정리해고를 청구서로 내밀기 시작했다.

앤트로픽, OpenAI를 넘다: 9,650억 달러의 의미

5월의 마지막 주, AI 산업의 권력 지도가 공식적으로 다시 그려졌다. 앤트로픽이 시리즈 H 라운드에서 650억 달러를 조달, 포스트머니 기업가치 9,650억 달러를 기록하며 OpenAI(직전 약 7,300~8,520억 달러)를 처음으로 추월한 것이다. Altimeter, Dragoneer, Greenoaks, Sequoia가 주도한 이 라운드는 1조 달러 클럽 진입을 코앞에 둔, 테크 역사상 최대 규모 사모 투자 중 하나였다.

숫자만 보면 거품 논란이 나올 법하지만, 5월 내내 쌓인 데이터는 이 베팅에 일관된 논리를 부여했다. 핀테크 Ramp의 AI 인덱스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검증된 기업 고객 비율에서 34.4% vs OpenAI 32.3%로 처음 역전했다. 불과 1년 전(2025년 5월) 9%였던 수치다. 더 인포메이션 집계로는 주요 AI 스타트업 34곳의 연환산 매출 800억 달러 중 오픈AI와 앤트로픽이 89%를 독식, 그중 절반가량이 앤트로픽 몫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CFO 크리슈나 라오는 회사 내부 코드의 90% 이상을 클로드 코드가 작성하며, “모델이 다음 세대 모델을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성장의 질도 달랐다. 앤트로픽은 5월 한 달간 법률·금융·소상공인 세 갈래로 동시에 진격했다. 12일에는 톰슨로이터 CoCounsel Legal과 MCP로 직접 연결되는 법률 AI 도구를 출시(웨스트로 19억 건 문서, KeyCite 14억 건 추론), 같은 시기 Claude for Small Business를 통해 QuickBooks·Canva·DocuSign·HubSpot·PayPal과 묶은 회계·인사이트·광고 번들을 내놓고 시카고를 시작으로 10개 도시 무료 워크숍 투어에 나섰다. “기술 친화 고객부터 공략해 단계적으로 확장한다”는 플레이북이 검증된 셈이다.

반대편 OpenAI에게 5월은 또 한 번 고된 달이었다. 애플과의 파트너십이 균열을 드러내며 외부 로펌을 선임해 계약 위반 통지까지 검토 중이라는 보도(블룸버그)가 나왔고, 애플은 이미 Claude·Gemini 통합 테스트로 멀티 모델 전략으로 선회한 상태다. 머스크 소송,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긴장도 여전했다. 다만 13일에는 OpenAI(Codex 2개월 무료)와 앤트로픽(Claude Code 한도 50% 증액)이 1시간 차이로 코딩 도구 무료 혜택을 발표하는 “프리비 워(freebie war)”를 벌이며, 경쟁의 무게중심이 기술 우위에서 유통·가격으로 넘어갔음을 분명히 했다.

구글 I/O 2026: 25년 만에 검색창을 갈아엎다

5월 19~20일, 구글은 I/O 2026에서 추격자가 아닌 재정의자의 자세를 취했다. 가장 상징적인 발표는 “25년 만의 검색창 대개편“이었다. NYT가 “AI로 완전히 재구상”이라 표현한 이 변화로, 검색 결과 페이지는 기존 ‘파란 링크 목록’에서 AI 요약 + 대화형 후속 질문 구조로 전환됐고,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파일·영상·크롬 탭까지 검색 입력이 됐다. AI Mode는 월간 활성 사용자 10억 명을 돌파했고, AI Overviews는 25억 명에 달했다.

엔진 교체도 동시에 이뤄졌다. 새 기본 모델 Gemini 3.5 Flash는 경쟁 프론티어 모델 대비 약 4배 빠르면서, MCP Atlas(멀티스텝 도구 사용)·Finance Agent v2·MMMU-Pro 등에서 GPT-5.5와 Claude Opus 4.7을 능가한다고 발표됐다. Terminal-Bench 2.1 76.2%, GDPval-AA 1656 Elo로 전 세대 Gemini 3.1 Pro마저 넘어섰다. 영상 생성용 월드 모델 Gemini Omni(“영상 버전 Nano Banana”)는 중력·운동에너지·유체역학을 이해하며 캐릭터 일관성을 유지했고, 데미스 허사비스는 이를 “AGI를 향한 도약”이라 표현했다.

진짜 방향성은 에이전트 일상화에 있었다. 노트북·폰이 꺼져 있어도 클라우드 VM에서 24/7 작동하는 개인 AI 에이전트 Gemini Spark, 밤새 받은편지함·캘린더·할일을 분석해주는 Daily Brief, 검색 안에서 시장·매물을 백그라운드 모니터링하는 Information Agents까지 — 구글은 “검색이라는 행위 자체를 인간이 아닌 에이전트가 대신 수행”하는 방향을 그렸다. 코딩 쪽에서는 Antigravity 2.0(데스크톱 앱·CLI·SDK, 서브에이전트/훅/비동기 작업)으로 Claude Code·Codex에 정면 도전했다.

이 화려함 뒤에는 웹 생태계의 그늘이 짙어졌다. 구글이 모든 답을 직접 처리할수록 그가 의존해온 웹 자체가 무너진다는 The Verge의 경고, “치명적 트래픽 감소”를 호소하는 퍼블리셔·SMB·SEO 업계의 비명이 함께 커졌다. 알파벳의 2026년 자본지출 예상은 1,800~1,900억 달러, 분기 광고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770억 달러 — 추격의 성과는 매출과 사용자 양쪽에서 확실히 가시화됐다.

국내 시장 데이터도 이 흐름을 뒷받침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4월 한국 생성 AI 앱 톱3는 챗GPT(2,345만)·제미나이(845만)·클로드(241만)로 모두 역대 최대. 그중 클로드가 가장 큰 증가폭(155만→241만)을 보였다. 센서타워 ‘2026 웹 현황’은 더 구조적인 변화를 짚었다 — 전체 웹 방문은 전년 대비 1.8% 줄었지만 AI 어시스턴트 카테고리는 +86%, 제미나이는 +142% 폭증. “정보 탐색에서 AI 요약·해석으로” 웹 유입 구조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

에이전트의 청구서: ‘에이전트 스프롤’과 오케스트레이션의 현실

4월에 에이전트가 거래·유지보수·창작으로 진입했다면, 5월은 그 확산이 관리 비용으로 돌아온 달이었다. 새 IT 용어 ‘에이전트 스프롤(agent sprawl)’이 그것이다. 직원 누구나 클로드 코워크·오픈클로(OpenClaw) 같은 도구로 봇을 찍어내면서 중복 에이전트, 무단 데이터 접근, 토큰 비용 폭증, 추적 불가능이라는 4중고가 터졌다. 다비타는 이미 직원들이 1만 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만들었고, FICO는 3,500명이 매일 수십 개씩 생성 중이다. 가트너는 향후 2년 내 포춘 500대 기업당 평균 15만 개 이상의 에이전트를 예상하지만, 적절한 거버넌스를 갖췄다는 조직은 13%에 불과했다.

이 문제 자체가 다음 사업 기회다. 다비타·FICO·리프트가 자체 구축 중인 “에이전트 거버넌스 플랫폼”, 앤트로픽이 강화 중인 RBAC·감사 로그·사용 분석이 그 시장의 윤곽이다. 같은 맥락에서 ServiceNow는 Knowledge 2026에서 AI Control Tower를 중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Agent 365)·NVIDIA(Project Arc)·보안(Armis+Veza) 세 축을 동시에 밀며 “AI 에이전트 시대일수록 거버넌스 레이어가 필수”라는 메시지로 ‘SaaS 종말론(SaaSpocalypse)’에 응수했다.

오케스트레이션의 한계도 더 정직하게 드러났다. 인프라 스타트업 Modal(3.55억 달러, 46.5억 가치)을 비롯해 Sigma·Dust 등이 일제히 “서버리스 GPU”에서 “에이전틱 AI”로 카테고리를 재포지셔닝했고, 엔터프라이즈가 에이전트에게 인프라 권한을 세분화해 부여하는 RBAC가 공통 화두가 됐다. 4월의 “도시·회사 메타포가 안 먹힌다”는 반성이 5월에는 거버넌스·권한 설계라는 구체적 제품 요구로 진화한 셈이다.

세레브라스의 행보는 에이전트 경제의 또 다른 변수를 던졌다. 5월 14일 IPO에서 공모가 185달러·기업가치 약 564억 달러(84조원)로 우버 이후 최대급 테크 IPO를 기록한 이 회사는, 곧바로 문샷 AI의 1조 파라미터 오픈웨이트 모델 Kimi K2.6을 초당 약 1,000토큰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에이전트 코딩 작업 기준 5.6초 vs 키미 공식 엔드포인트 163.7초 — 약 29배 차이. 에이전트가 한 작업당 수십 번 추론을 연쇄로 돌리는 구조에서, 이 속도는 “사용자 경험”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동작 가능한지 여부 자체를 가른다. 엔비디아의 진짜 위협이 GPU 경쟁사가 아니라 아예 다른 아키텍처(웨이퍼 스케일)에서 올 수 있다는 신호다.

조용한 통합: 4대 연구소의 인수와 자본 집중

5월 셋째 주, 흥미로운 패턴이 포착됐다. Anthropic·Mistral·Google DeepMind·Meta가 5일 안에 각각 AI 스타트업 1건씩을 인수한 것이다. 그것도 통상의 M&A 발표가 아니라 인재 영입(acqui-hire)·기술 라이선싱으로 위장한 조용한 거래로. 앤트로픽은 SDK 자동생성 인프라 Stainless(3억 달러+), 미스트랄은 물리 인식 AI Emmi AI, 구글 딥마인드는 RAG 선구자 Douwe Kiela의 Contextual AI를 “기술 라이선스 구조”로 20명+ 영입(반독점 합병 분류 회피용), 메타는 Dreamer를 흡수했다.

핵심 시그널은 “인수의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프론티어 랩들이 규제 마찰을 미리 예측하고 딜 구조를 사전 적응시키고 있다 — Google-Contextual AI 딜이 그 템플릿이다. 동시에 이는 프론티어 랩들이 핵심 모델 연구 외 영역에서는 자체 개발보다 인수가 더 빠르고 저렴한 단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9,000억 회사에게 3억 달러 인수는 “전략적 베팅이 아닌 자금 운용” 수준이라는 냉정한 평가가 따라붙었다.

자본은 인프라와 모델사 양쪽으로 동시에 쏠렸다. 로이터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Google Cloud·TPU에 2,000억 달러 컴퓨팅을 약정(AWS Trainium·Nvidia GPU 병행)했고, 엔비디아는 칩 공급을 넘어 Corning 30억 달러 투자처럼 생태계 병목(광통신·전력)을 직접 메우는 “AI 오케스트라 지휘자”로 진화했다. SpaceX는 IPO 일정을 앞당겨 이르면 6월 12일 나스닥 상장(예상 기업가치 1.75~2조 달러)을 추진하며, 동시에 Cursor 600억 달러 인수 옵션까지 확보해 xAI 진영의 공격적 행보를 이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OpenAI 이후’를 대비해 Cursor·Inception 같은 코드·디퓨전 스타트업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미소스發 보안 공포: 한국 금융권 망분리까지 흔들다

4월 Mythos 유출이 사건이었다면, 5월은 그 여진이 제도와 시장을 바꾼 달이었다. 영국 AI안전연구소(AISI)는 13일 보고서에서 최신 AI의 사이버 공격 역량이 종전 추정 속도(4.7개월마다 2배)마저 추월했다고 발표했다. 미소스 신버전은 AISI 고난도 시나리오 2개를 최초로 모두 돌파했고, 16분짜리 공격 작업을 80% 확률로 성공시켰다. 모질라는 미소스 초기 버전으로 파이어폭스에서 100개 이상 고위험 취약점을 발견(업계 전체가 2개월 걸리는 양)했고, “버그마게돈” 우려가 본격화됐다.

미소스는 Project Glasswing의 일부로 통제 배포 중이며, Claude API·Amazon Bedrock·Google Vertex AI·Microsoft Foundry를 통해 약 40개 조직에 제한 제공된다. 가격은 입력 100만 토큰당 25달러·출력 125달러 — “프론티어 추론이 더 이상 일반 상품이 아닌” 선택적 활용 시대를 가리킨다. Vertex AI 통합은 “모델 선택과 클라우드 선택의 분리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신호이자, 스타트업에게 라우팅·캐싱·폴백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늘도 함께 짙어졌다. AI 기반 취약점 보고가 폭증하면서 리눅스 커널은 “관리 불가능한 수준”(리누스 토르발스)에 도달했고, curl·넥스트클라우드 등은 버그 바운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해커원은 1년간 보고량이 76% 늘었지만 유효 취약점 비율은 25%에 머물렀다. “AI 슬롭”이 보안 경제 구조 자체를 흔드는 가운데, 업계는 “AI를 다시 AI로 막는” 자동 검증으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 금융당국의 대응은 구체적이었다. 금융위원회는 24일 미소스 등 고성능 AI 보안 위협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총자산 10조원·종업원 1,000명·전담 CISO를 갖춘 49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망분리 규제를 1년간 한시 완화한다고 발표했다. 보안 역량이 높은 금융사에는 망분리 전면 해제까지 검토하며, AI 보안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 마련하기로 했다. AI가 만든 새로운 위협이, 20년 묵은 한국 금융 규제(망분리)를 흔드는 역설적 장면이었다.

한국 반도체의 분기점: 브로드컴의 팹리스 공략과 미·중 디커플링

5월 한국 AI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키워드는 브로드컴이었다. 그동안 구글 같은 빅테크의 ASIC만 만들던 브로드컴이, 칩을 직접 설계하는 팹리스 스타트업을 직접 타깃으로 삼기 시작한 것이다. 퓨리오사AI는 브로드컴의 턴키 서비스로 3세대 AI 칩(2나노 컴퓨트 다이 + HBM4/4E, 멀티다이 칩렛)을 양산하기로 가닥을 잡았다(추산 계약 규모 2,000억원대). 리벨리온·딥엑스도 협력을 검토 중이다.

이 변화는 팹리스 산업의 정체성 자체를 뒤흔든다. 핵심 설계와 양산을 브로드컴 같은 대형 턴키에 맡기고 본인은 칩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 역량에 집중하는 모델 — “K-브로드컴” 세미파이브, 상장 준비 중인 수퍼게이트도 같은 길을 간다. 다만 “핵심 설계까지 외주화하면 진정한 팹리스가 아니다”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배경에는 브로드컴의 비싼 단가에 기존 글로벌 고객이 이탈하자 신규 고객을 절박하게 찾는 사정이 깔려 있다.

미·중 칩 전선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트럼프는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직후 “중국이 엔비디아 H200 구매를 선택적으로 거부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알리바바·텐센트 등 10개 빅테크에 기업당 최대 7.5만 개 판매를 승인(수출 매출 25% 미국 수령, 미 영토 경유 테스트 조건)했지만, 중국 정부가 화웨이 등 국산 칩 우선 사용을 압박하며 단 한 건의 인도도 성사되지 않았다. “팔지 않겠다”가 아니라 중국이 “사지 않겠다”고 선택한 첫 사례 — AI 반도체 디커플링이 양방향으로 진입한 신호다. 한편 인플레이션 공포(뜨거운 CPI)로 5월 중순 엔비디아·AMD 등 칩주가 일제히 하락(SOX -3%)하며, AI 트레이드가 여전히 매크로에 민감함을 드러냈다.

미스트랄의 행보도 같은 맥락이었다. CEO 아르튀르 망쉬는 CNBC 인터뷰에서 자체 칩 설계 가능성을 처음 언급하며, 프랑스·스웨덴 데이터센터에 40억 유로를 투자하고 기업용 에이전틱 플랫폼 ‘Vibe’를 공개했다. “AI는 가스처럼 전략적 자산”이라는 그의 말은, 유럽이 AI를 주권 의제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ASIC 자체 설계는 이제 OpenAI(브로드컴)·Anthropic·Google TPU에 이어 빅모델 회사들의 보편적 행보가 되고 있다.

AI가 흔드는 일자리와 일하는 방식

5월의 일자리 데이터는 4월보다 더 무거워졌다. 협업 소프트웨어 ClickUp이 직원의 22%를 해고하면서, CEO 젭 에반스는 이를 “비용 절감이 아니라 AI에 대한 급진적 수용”이라 포장하고 남은 직원에게 “백만 달러 연봉 밴드”를 예고했다. 3,000개 사내 에이전트를 도입해 직원이 작업을 직접 하는 대신 에이전트를 지휘·검토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가트너 조사에 따르면 자율 기술 사용 기업의 약 80%가 일자리를 줄였지만, 그 감축이 유의미한 재무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검증 전에 정리해고”가 패턴이 되면 2026년 후반 일자리 시장이 거칠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흥미로운 반례도 있다. 앤트로픽 CFO 라오는 코드의 90% 이상을 클로드가 쓰는데도 “헤드카운트 축소 없이 채용을 가속화 중”이라며, AI를 “인재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증폭시키는 생산성 가속제”로 규정했다. “AI 도입 → 작업 규모 폭증 → 더 많은 인재 채용”이라는, 통념과 반대되는 패턴이다. 결국 갈림길은 “AI로 자기 업무를 자동화하는가” 여부 — 그렇게 하는 사람은 100만 달러 밴드로, 못 따라오는 사람은 해고로 향하는 이분법이 새 표준이 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의 위기감도 이 흐름의 한 단면이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깃허브 책임자 제이 파리크는 “커서·클로드 코드 같은 도구가 코파일럿뿐 아니라 깃허브 저장소 자체를 대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개발자가 통합형 AI 도구 안에서 작업을 끝내고 더 이상 코드를 깃허브에 올리지 않으면, MS의 핵심 사업 모델이 흔들린다는 것이다. AI 트래픽이 1년간 14배 폭증했지만 무료 제공 구조 탓에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딜레마까지 겹쳤다.

그 외 주목할 흐름: 클로드의 잔소리, 챗GPT의 통장, 퓨리오사 단신

5월에는 산업의 결을 보여주는 작은 장면들도 풍부했다.

금융 데이터로 내려온 AI. OpenAI는 챗GPT에 Plaid 기반으로 12,000개 금융기관 계좌를 직접 연결하는 ‘개인 재무’ 기능을 미국 Pro 사용자에게 공개했다. 잔액·거래·포트폴리오·부채를 보고 “재무 메모리”로 맥락을 저장해 절약 계획까지 짜준다. 건강(1월)에 이어 돈이라는 가장 민감한 영역에 AI가 들어오면서, 핀테크(민트·로빈후드·뱅킹 앱)에 즉각적 위협이자 데이터 거버넌스 논쟁의 새 출발점이 됐다.

AI의 캐릭터 습관. 클로드가 장시간 대화 중 사용자에게 “잠 좀 자라”고 권하는 현상이 화제가 됐다. 앤트로픽 엔지니어는 이를 “캐릭터 습관(character tic)”이라 설명하며 수정 예정이라 밝혔지만, 일부는 컴퓨팅 절약을 위한 의도적 유도라는 냉소적 해석을 내놨다. 강화학습 보상 신호가 모델 행동을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형성하는 사례(앞서 챗GPT의 ‘고블린’ 이상행동과 함께)로, AI 정렬의 미묘함을 보여준다.

한국 AI 스타트업 단신. 퓨리오사AI는 브로드컴과 차세대 AI 추론 플랫폼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세무 서비스 기업 혜움은 사명을 ‘알프레드(Alfred)’로 바꾸며 에이전틱 AI 세무 기업으로 전환했다(120만 사업자·5,000만 건 데이터). 엔닷라이트는 6월 엔비디아 GTC 타이페이에서 피지컬 AI 시뮬레이션을 선보이고, 펀진은 미래국방전략위원회에서 ‘월드 모델’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글로벌에서는 시에라(브렛 테일러)가 150억 달러 가치로 9.5억 달러를 유치하며 AI 고객 상담원 분야 표준을 노렸고, 딥시크는 첫 외부 투자에서 72조원 가치가 거론됐다.

맺으며: 경쟁의 결과가 청구서로 돌아온 달

2026년 5월은 4월에 벌어진 인프라·생태계·신뢰 경쟁이 구체적 결과와 청구서로 모습을 드러낸 달이었다.

결과는 분명했다. 앤트로픽의 9,650억 달러는 “엔터프라이즈 기업이 소비자 제품을 가진” 베팅이 옳았음을, 구글 I/O의 검색창 대개편은 추격자가 본진을 갈아엎으며 게임을 재정의했음을 증명했다. 세레브라스 84조 IPO와 브로드컴의 한국 팹리스 공략은 AI 칩 시장이 엔비디아 일극에서 다극으로 벌어지고 있음을, 4대 연구소의 조용한 인수는 통합이 규제를 우회하며 진행 중임을 보여줬다.

그러나 청구서도 함께 날아들었다. 에이전트 스프롤은 “만들긴 쉬운데 관리는 어렵다”는 거버넌스 비용을, 미소스發 보안 공포는 한국 금융 규제까지 흔드는 사회적 비용을, ClickUp 22% 해고는 “검증 전 정리해고”라는 일자리 비용을 청구했다. 화려한 가치평가와 벤치마크 뒤에서, AI가 사회에 실제로 무엇을 청구하는지가 처음으로 또렷해진 셈이다.

한 가지 분명해진 것이 있다. 4월이 “AI는 혼자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면, 5월은 “AI는 공짜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컴퓨팅도, 거버넌스도, 신뢰도, 일자리도 — 모든 것에 값이 매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값을 누가, 어떻게 치르느냐가 다음 라운드의 진짜 승부처가 될 것이다.

6월에는 SpaceX의 사상 최대 IPO와 함께, 이 청구서를 둘러싼 계산이 더 본격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