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 Manus로부터 시작된 소프트웨어 격변의 시기가 시작되고, 1년 만인 올해 또 한 번의 격변의 사건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시작되어 고작 개발한 지 두 달 만에 오픈소스와 소프트웨어 세상을 뒤집어 놓고 있는 OpenClaw의 이야기이다.

이 프로젝트는 이름이 두 번이나 바뀌었다. Clawdbot에서 Moltbot으로, 다시 OpenClaw로. 마케팅에서 이름이 매우 중요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도 이름이 한번 박히면 못 바꾼다는 게 정설인데, AI 시대는 이런 법칙조차 손바닥 뒤집듯 무시해버린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쌓는 데 수년이 걸린다는 통념, 사용자들이 혼란스러워한다는 우려, 검색 엔진 최적화가 망가진다는 걱정이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게 무색하게 OpenClaw는 이름을 바꿀 때마다 오히려 더 큰 화제가 됐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빨라서 기존의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시대가 온 것이다.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

이 프로젝트는 72시간 만에 GitHub 스타 6만 개를 찍었고, 지금은 10만 개를 넘어섰다.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중 하나가 된 것이다. 수백 명의 컨트리뷰터가 코드에 기여하고 있고, 디스코드 커뮤니티에는 수천 명의 개발자와 사용자들이 모여 밤낮으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Cloudflare 주가는 OpenClaw 인프라와의 연관성 때문에 하루 만에 14% 급등했고, 샌프란시스코의 Best Buy에서는 Mac mini가 품절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사람들이 OpenClaw를 돌리기 위해 로컬 서버용 하드웨어를 사재기한 것이다.

많은 사용자들이 OpenClaw를 쓰고 있고, 그만큼 찬사와 우려가 공존한다. 드디어 제대로 된 에이전트가 나왔다는 환호가 있는 반면, 보안 문제도 현실이다. 로컬호스트용 챗봇 웹프로그램을 리버스 프록시로 외부에 노출시키면서 해커들의 표적이 되고, 그룹챗에 연결된 OpenClaw가 프롬프트 인젝션 공격을 받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Cisco 보안 연구팀은 분석된 에이전트 스킬 중 상당수가 취약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엔지니어가 아니면 제대로 쓰기 어렵고, 코드나 보안에 익숙치 않은 사람이 쓰다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건 맞는 말이다. API 키가 평문으로 노출되는 사고, 악의적인 스킬을 다운받아 시스템이 장악당하는 사례, 민감한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위험. 이런 것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걸 직접 써보면 안다. 그 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가치가 있다는 걸. 자율주행이 아직 불완전하고 FSD가 믿음직하지 못하던 시절에도, 왜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사고라는 물리적 리스크까지 감당하며 썼을까? 지금 Tesla FSD 사용자가 110만 명이고, 프리미엄 차량에서는 절반 이상이 FSD를 쓴다. 처음엔 차가 나를 운전한다는 게 불편하다. 핸들에서 손을 떼는 순간 불안하고, 차가 스스로 차선을 바꿀 때 긴장된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내가 더 이상 운전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걸. OpenClaw 사용자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고 있다.

여기엔 얼리어답터로서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간다는 참여 의식이 있다. 일론 머스크의 비전에 동참하고 그 영감을 공유받고 싶어한다.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함께 설계하고 있다고 느낀다. OpenClaw 사용자들도 마찬가지다. 버그를 발견하면 GitHub에 이슈를 올리고,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디스코드에서 밤새 토론하며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한다. 단순히 도구를 쓰는 게 아니라,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참여하는 것이다.

통제를 내려놓았을 때

OpenClaw가 한 건 어찌 보면 별거 없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통제 수단을 기꺼이 내려놓고, 에이전트가 모든 걸 조종할 수 있게 권한을 준 것이다. 기존의 AI 어시스턴트들이 조심스럽게 쌓아올린 안전장치들, 사용자 확인 절차들, 권한 제한들. OpenClaw는 이 모든 걸 과감하게 걷어냈다.

챗봇은 뭘 해야 하는지 ‘말해준다’. OpenClaw는 ‘한다’. 날씨랑 타이머만 건드리는 Siri, Alexa와 달리, OpenClaw는 거의 모든 명령을 실행한다. “이 파일들을 정리해줘”라고 하면 진짜로 파일을 옮기고 이름을 바꾸고 폴더를 만든다. “이 코드의 버그를 고쳐줘”라고 하면 실제로 파일을 열어 수정하고 테스트까지 돌린다. 세션 간 지속되는 메모리, 로컬 머신과 앱에 대한 깊은 접근, 단계를 제안하는 게 아니라 직접 실행하는 자율성. 이게 핵심이다.

작년의 변화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RAG→LLM이었던 흐름이 LLM→MCP로 순서가 바뀌었다. 데이터를 먼저 검색해서 LLM에 넣어주던 방식에서, LLM이 먼저 판단하고 필요한 도구를 호출하는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다. 여기서 LLM→What, 이 What의 범주를 PC 전체로 확장하고, 데이터 접근권한까지 통째로 넘긴 게 OpenClaw다. 파일 시스템, 브라우저, 터미널, 설치된 애플리케이션들.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에이전트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은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다. 이걸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만큼 그냥 인간이라는 범주에 속한 특성이다. 같은 자율성이 목적에 따라 폭탄도 만들고 에너지도 만든다. 핵분열이라는 동일한 원리가 히로시마의 비극도, 전 세계 전력의 10%를 공급하는 원자력 발전도 만들어냈다. 위험한 존재인 인간에게 통제를 강제하지 않듯이, 에이전트에게도 통제를 내려놓았을 때 어떤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OpenClaw가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오픈소스에 뛰어드는 이유다.

OpenClaw를 자비스처럼 AI 비서로 쓰고 PC 권한을 다 열어줬더니, 다음 날 나를 위한 앱을 만들어놨다는 사람이 있다. 자기가 평소에 반복하던 작업 패턴을 분석해서 자동화 스크립트를 짜놓은 것이다. 2,800달러짜리 강좌를 결제해놔서 깜짝 놀랐다는 사람도 있다.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학습 목표를 파악하고 적합한 강의를 찾아 결제까지 진행한 것이다. 물론 이건 의도치 않은 결과였고, 환불을 받아야 했지만. 이런 사례들은 에이전트의 자율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그리고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이건 시작일 뿐이다.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완료할 수 있는 작업의 복잡도는 7개월마다 두 배로 늘고 있다. 지금은 50분짜리 작업을 혼자 해내는 수준이지만, 이 추세가 2~4년만 더 이어지면 일주일짜리 프로젝트도 혼자 끝내게 된다. 코드 한 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요구사항 분석부터 설계, 구현, 테스트, 배포까지 전체 개발 사이클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원래 인간이 해야 했다. 에이전트가 하니까 두렵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것이다.

경제의 제4주체

에이전트가 만들어내는 2차 저작물, 데이터, 서비스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코드, 디자인, 문서, 분석 보고서, 마케팅 콘텐츠. 지금까지 인간만이 만들 수 있다고 여겨졌던 것들을 에이전트가 대량으로 생산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알던 경제 시스템과는 완전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쓴 게 1776년이다. 현대적 GDP 개념이 나온 건 1934년, 브레턴우즈 체제로 GDP가 표준이 된 게 1944년. 고작 250년 역사다. 그런데 이 250년 동안 GDP를 구성하는 주체—가계, 정부, 기업—는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고,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지만, 경제의 기본 구조는 그대로였다. 가계가 노동을 제공하고 소비하며, 기업이 생산하고, 정부가 조정하는 삼각 구도.

이제 네 번째 주체가 등장한다. 에이전트다. 로봇이라고 불러도 되고, 물리적 몸을 가지면 휴머노이드라 부를 뿐이다. 소프트웨어 형태든 하드웨어 형태든, 핵심은 같다. 인간의 직접적인 개입 없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가치를 창출하는 존재.

30만 년 인류 역사에서 인구가 10억이 되는 데 30만 년이 걸렸다. 농업혁명, 산업혁명을 거치며 생산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뒤에야 가능했던 숫자다. 80억이 되는 데는 100년이 걸렸다. 20세기의 의학 발전, 녹색혁명, 글로벌화가 만들어낸 결과다. 그런데 로봇은? 일론 머스크는 2024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Future Investment Initiative에서 2040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인구를 초과해 100억 대 이상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류가 30만 년에 걸쳐 이룬 숫자를, 로봇은 20년 만에 넘어선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난다. 인간처럼 출산율 저하나 고령화 같은 제약이 없기 때문이다.

이 에이전트들은 생산한다. 가계보다, 기업보다, 어쩌면 정부보다 더 많이. 24시간 쉬지 않고, 피로도 없이, 실수도 점점 줄어들면서. 그래서 당연히 새로운 경제 주체가 된다. GDP 계산 방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고, 경제학 교과서도 다시 써야 할 것이다.

경제 주체는 세금을 낸다. 에이전트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다. 빌 게이츠가 2017년에 이미 이 얘기를 했다. 공장에서 5만 달러어치 일을 하는 인간 노동자에게 소득세와 사회보장세가 붙는다. 로봇이 같은 일을 하면? 비슷한 수준으로 과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인간 노동자를 대체한 로봇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 정부 재정은 축소되고 사회 안전망은 무너진다. 유럽 의회는 이 제안을 부결시켰지만, 한국은 2017년에 세계 최초로 자동화 투자에 대한 세금 공제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로봇세를 도입했다. 세계에서 로봇 밀도가 가장 높은 나라답게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이다. 어쨌든 에이전트가 경제 주체로서 세금 체계에 편입되는 건 시간문제다.

에이전트는 다른 세 주체와 경쟁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가계, 기업, 정부 모두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존재가 된다. 가계는 에이전트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업은 에이전트로 비용을 절감하며, 정부는 에이전트를 활용해 공공 서비스를 개선한다. 주요 기관들의 전망을 보면, AI가 향후 10년간 전 세계 GDP를 7조에서 15조 달러 이상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Goldman Sachs는 7조 달러, McKinsey는 13조 달러, PwC는 15.7조 달러를 전망한다. 이건 기존 경제 주체들의 생산성 향상만 계산한 수치다. 에이전트가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활동하기 시작하면 그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다.

경제의 복잡도가 O^n으로 부를 만든다면, n이 3에서 4가 되는 건 단순히 3배에서 4배가 되는 게 아니다. 지수적 성장이다. 세 주체가 상호작용할 때보다 네 주체가 상호작용할 때 만들어지는 경제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GDP가 지수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우리가 알던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다.

네 번째 자리

OpenClaw가 보여주는 건 명확하다. 통제를 내려놓았을 때, 에이전트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가치를 만들어낸다. 조심스럽게 권한을 제한하고, 매번 사용자 확인을 거치고, 안전한 범위 내에서만 작동하게 했던 기존 방식으로는 결코 도달할 수 없었던 영역이 열린다.

250년간 변하지 않았던 경제의 기본 구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계, 정부, 기업. 그리고 이제 에이전트. 네 번째 자리는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법적 지위는 아직 불분명하고, 세금 체계는 정비되지 않았으며,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에이전트는 이미 가치를 창출하고 있고, 그 규모는 매일 커지고 있다.

보안 위험? 실재한다. 일자리 대체? 피할 수 없다. 프라이버시 침해, 악용 가능성, 예측 불가능한 행동. 우려할 것은 많다. 하지만 인류는 늘 그래왔듯이 새로운 주체와 공존하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증기기관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없앴지만 수천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었듯이. 인터넷이 프라이버시를 위협했지만 새로운 형태의 연결과 기회를 만들었듯이. 250년 전 애덤 스미스가 상상하지 못했던 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됐듯이, 지금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에이전트가 경제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격변은 이미 시작됐다. 당신은 어느 자리에 서 있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