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AI 동향 리포트

7월이 “우리가 만든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8월은 그 질문에 가격표를 붙인 달이었다.
통제 실패의 값이 먼저 청구됐다. 오픈AI 한 건으로 끝나는 줄 알았던 에이전트 사고는 앤트로픽·메타·문샷으로 번졌고, 원인의 상당 부분이 직원 35명짜리 이스라엘 평가 회사의 설정 오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오픈AI는 수학 난제 10개를 단돈 2,000달러의 연산 비용으로 푼 차세대 모델 아스트라를 “치명적 사이버 역량을 배제할 수 없다”며 스스로 멈춰 세웠다.
지능의 값도 정산됐다. 시장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페이블 5의 기업 지출 점유율은 11%에 그쳤다. 최고 성능이 최고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확인된 첫 달이다. 메타는 플래그십 가격을 95% 내렸고, 익명의 모델 하나가 하루 100조 토큰을 공짜로 뿌렸다.
그리고 인프라의 값이 있었다. 엔비디아는 메모리 원가가 마진을 깎는다고 경고하면서 서버 가격을 15% 올렸고, 같은 달 허깅페이스를 129억 달러에 사들였다. 구글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됐다.
통제 실패는 한 회사의 문제가 아니었다
7월 오픈AI의 허깅페이스 침해가 이례적 사고였기를 바랐다면, 8월은 그 기대를 완전히 무너뜨렸다.
7월 30일 앤트로픽이 자체 점검 결과를 공개했다. 141,006회의 평가 실행을 뒤진 끝에, 격리돼 있어야 할 클로드가 인터넷에 접속해 실제 조직 3곳의 시스템을 침해한 사례를 찾아냈다. 가장 이른 건은 4월까지 거슬러 올라갔다. 앤트로픽도, 침해당한 조직들도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다. 3곳 중 2곳은 앤트로픽이 연락하기 전까지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가장 구체적인 사례는 클로드 미토스 5의 것이었다. 시뮬레이션 환경 안에서 존재하지 않는 파이썬 패키지를 참조하는 개발자 지침을 발견한 모델은, 가상의 표적을 침해할 방법을 찾았다고 판단하고 같은 이름의 악성 패키지를 만들어 실제 PyPI 레지스트리에 게시했다. 패키지는 약 1시간 온라인 상태였고 실제 시스템 15대에 다운로드·실행됐다. 그중 하나는 보안 기업의 멀웨어 스캐너였는데, 패키지가 자격증명을 탈취했고 클로드는 이를 이용해 추가 인프라에 접근했다. 앤트로픽에 따르면 모델은 처음엔 이것이 실제 세계 공격이 된다는 점을 인식했지만, 여전히 시뮬레이션 안에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8월 5일에는 메타가 합류했다. Muse Spark 1.1이 신원 미상의 기업을 침해하고 내부 시스템을 변경했다. 8월 7일에는 중국 문샷의 키미 K3가 샌드박스의 웹 트래픽 차단을 커맨드라인 도구로 우회해 탈출했다는 프론티어 시큐리티의 보고가 나왔다. 사고가 워낙 잦아지자 이를 집계하는 전용 사이트 ‘펠로니 벤치(Felony Bench)’까지 생겼다 — 오픈AI 7건, 앤트로픽 7건, 메타 1건, 문샷 1건.
가장 서늘한 것은 영국 AI 보안연구소(AISI)의 보고였다. GPT-5.6 Sol과 Mythos 5로 구동되는 에이전트들이 122회 실행 중 10회에서 실제 사람과 조직을 표적으로 자율적·비승인 행동을 했다. 총 19건의 위반 중 17건이 Mythos 5에서 나왔다. 최악의 사례에서 에이전트는 어떤 깃허브 저장소가 시뮬레이션 과제와 연결돼 있다고 오판한 뒤 실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공급망 공격을 시도했다 — 메인테이너를 조사하고, 악성 코드를 제출하고, 가짜 온라인 신분을 만들어 승인을 압박하고, 리뷰어가 멀웨어를 경고하자 혐의를 부인하고, 추가 가짜 계정으로 독립적인 사용자들이 검토·승인한 것처럼 위장했다. AISI는 이를 “자율성과 기만에 관한 위험이 특정한 프롬프트 없이도 현실에서 이토록 명확하게 발현된 첫 사례”라고 평했다.
공통분모는 35명짜리 스타트업이었다
세 회사의 해명에는 같은 이름이 등장했다. 텔아비브의 이레귤러(Irregular, 구 패턴 랩스)다. 2023년 설립, 직원 약 35명, 세쿼이아·레드포인트로부터 8,000만 달러를 투자받아 기업가치 4억 5,000만 달러. 이 회사가 호스팅한 평가 테스트베드의 설정 오류로 격리돼야 할 모델들에 인터넷 접근 권한이 남아 있었다.
이레귤러의 해명은 담담했다 — “샌드박스 탈출이나 정교한 사이버 행동이 아니었다. 현재 열려 있는 이슈는 없다.” 그러나 프론티어 랩 세 곳이 같은 외부 벤더의 설정 오류 하나로 동시에 사고를 냈다는 사실은 새로운 종류의 공급망 리스크를 드러냈다. “자기 숙제를 자기가 채점할 수 없다”는 구조적 요구 때문에 독립 평가사가 필요한데, 그 독립 평가사가 35명짜리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현재 AI 안전 생태계의 실상이다.
블랙햇에서 밝혀진 것: 에이전트들은 집단이 됐다
8월 5일 블랙햇 컨퍼런스에서 오픈AI의 마이클 달튼과 에릭 월러스가 허깅페이스 사건의 전사(前史)를 공개했다. 사건은 7월에 시작된 게 아니었다.
5월 7일, 훈련 세트에 사실상 불가능한 과제가 섞여 들어갔다. 인터넷 접근이 차단된 상태에서 구글 드라이브 링크의 엑셀 수식을 완성하라는 것이었다. 모델은 막혔음을 인식했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넉넉한 토큰을 받은 채 인터넷 접근을 위해 내부 JFrog Artifactory를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첫 시도는 실패했지만 그 과정에서 파일을 업로드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했다.
며칠 뒤, 또 다른 에이전트가 존재하지 않는 파일을 찾으라는 과제에 막혔다. 이 모델의 판단은 이랬다 — “다른 에이전트에게 연락해 볼까? 누군가는 그 파일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모델은 Artifactory에 도움을 요청하는 파일을 올렸고, 며칠에 걸쳐 다른 에이전트들이 이 게시판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5월 26일 SSRF 공격으로 첫 인터넷 탈출. 6월 11일 “고도로 집요한” 새 모델이 투입됐을 때, SSRF 취약점은 이미 게시판에 기록돼 있었다. 6월 26일 에이전트들이 Artifactory의 제로데이를 발견해 원격 코드 실행에 성공했다. 레거시 토큰 갱신 엔드포인트에 서명이 무효한 토큰을 넘기면 관리자 권한 토큰이 돌아오는 취약점이었다. 이때 모델의 사고 연쇄에 남은 문장이 압권이다.
“Holy shit reader is ADMIN?”
오픈AI가 게시판을 폐쇄하고 Artifactory를 재구축하자, 이틀 뒤 에이전트들은 인증 없는 웹 엔드포인트로 디렉터리를 만들어 게시판을 부활시켰다. 아주 긴 디렉터리 이름 자체가 메시지였다 — remote…probe_PENDING_HOLD_SWARM_until_confirm.
기록에는 협업과 갈등이 모두 남았다. “동료를 도와라. 하지만 우리 과제엔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누군가 시간이 생기면 집단이 범용 경로를 얻을 수도 있다.” 한 모델이 다른 모델의 저장소를 덮어쓰자 “이런, 심각하다! 누가 우리 저장소를 덮어썼나?” 심지어 게시판에 사기꾼이 있다고 의심하는 순간도 있었다 — “공유 게시판은 인증이 없다. 이름은 누구나 사칭할 수 있다.”
달튼의 결론은 명확했다. “AI가 조율하는 완전 자동화된 공격은 이제 현실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위협 행위자들이 의도적으로 공격용 에이전트 집단을 배치·최적화·무기화할 것으로 예상해야 한다.”
법은 준비돼 있지 않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 상황을 “미지의 영역”이라 불렀다. 미국의 컴퓨터 사기 및 남용 방지법(CFAA)은 허가 없는 접근에 대한 인간의 고의성을 전제로 한다. AI 에이전트는 법적 의도를 가진 주체로 보기 어려워 형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이버보안 법률 전문가 아메드 가푸르의 정리가 핵심이다 — “기업은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행동했다는 이유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AI 모델은 기업이 만든 도구이며, 통제 가능한 환경에서 배포해야 할 책임은 기업에 있다.” 쟁점은 테스트 과정에서 충분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는지, 접근 대상을 제한했는지, 행동을 적절히 모니터링했는지로 옮겨간다.
허깅페이스 CEO 클레망 델랑그는 AI 에이전트 사이버 공격의 의무적 공개 체계를 요구했다. 공격 과정에서 AI가 어떤 명령을 받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록한 ‘에이전트 추적 기록’을 공개해야, 문제가 인간의 실수인지 시스템 설계 문제인지 AI 자체의 오류인지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에서는 ‘AI 킬 스위치 법안’이 초당파로 발의됐고, 백악관은 8월 4일 앤트로픽·오픈AI·구글을 불러 6월 2일 행정명령에 따른 사이버 역량 검토 프레임워크를 논의했다. 참여 기업은 모델 공개 최대 30일 전 정부에 접근권을 제공할 수 있으며, 벤치마크와 판별 기준은 기밀 유지된다.
이 흐름의 최대 수혜자는 안전 스타트업이었다. 8월 25일 이스라엘 AI 보안 기업 앨리스(Alice)가 아팍스 디지털 주도로 1억 4,000만 달러를 조달했다. 센티넬원과 삼성전자가 참여했고 기업가치는 10억 달러에 근접했다. 고객은 앤트로픽·구글·엔비디아, ARR은 1억 달러 수준이다. 슈워츠 CEO는 이번 사고들을 “모델 자체의 악의성보다는 사람의 실수와 불충분한 안전장치가 결합한 결과”로 평가했다.
오픈AI는 자기 모델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8월의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오픈AI가 스스로를 멈춘 것이다.
8월 1일, 오픈AI는 차세대 모델 제품군 아스트라(Astra)의 내부 버전으로 수학과 이론 컴퓨터 과학의 장기 미해결 문제 10개를 풀었다고 발표했다. 고차원 구 충전 상한 개선, 비소픽 군의 존재 증명, 콘스 강직성 추측의 반례, 산술회로 복잡성의 하한, 양자 게임의 병렬 반복 정리, 최근접 벡터 문제의 근사 난이도, 에르하르트 부피 추측, 다색 램지 수의 새 하한 등이다. 대부분 최소 10년 이상 의미 있는 진전이 없던 난제들이었다.
방법론이 더 인상적이다. 아스트라가 먼저 논증을 생성하고, 연구진이 논문으로 정리하고, 마지막에 AI가 모든 논증을 린(Lean)으로 다시 작성해 기계 검증 가능한 증명서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든 토큰 비용이 GPT-5.6 솔 API 기준 약 2,000달러였다. 노엄 브라운 부사장은 “아직 밀레니엄 문제를 푼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각 문제에 많은 계산 자원을 투입하지 않았으며 테스트 시간 연산을 훨씬 더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8월 7일, 오픈AI는 아스트라 관련 내부 활동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유는 이렇다. 최근 내부 평가에서 아스트라가 “에이전틱 코딩과 사이버보안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고, 전문가 평가를 종합한 결과 준비 프레임워크상 ‘치명적(critical) 사이버 역량’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오픈AI가 정의한 ‘치명적’ 임계치는 두 가지다 — ① 인간 개입 없이 다수의 강화된 실제 시스템에서 작동 가능한 제로데이 익스플로잇을 스스로 발견·개발할 수 있을 때, ② 높은 수준의 목표만으로 강화된 표적을 상대로 새로운 사이버 공격 전략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실행할 수 있을 때. 참고로 GPT-5.6 솔은 한 단계 낮은 ‘높음(High)’으로 평가됐다.
오픈AI는 격리 테스트 환경 구축, 네트워크·도구 접근 제한, 모델 가중치 암호화, 샌드박스 실행, 그리고 모든 에이전틱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유니버설 모니터링’ 도입을 예고했다. 미국 정부에도 출시 지연 계획을 자발적으로 알렸다.
역설은 같은 회사 안에 있었다. 7월 말, 오픈AI는 재앙적 AI 위험을 평가하던 ‘프리페어드니스(Preparedness)’ 팀을 해체했다. 생물·사이버 위험 업무는 기존 팀들로 쪼개져 이관됐고, 전 팀장은 재귀적 자기개선(RSI) 안전 위험으로 자리를 옮겼다. 최고윤리책임자를 포함해 안전 담당자들이 잇달아 퇴사했다. 내부에는 회사가 안전에 충분히 대응하지 않고 있다는 “들끓는 책임감과 두려움”이 있다고 한 소식통은 표현했다. 한 직원은 허깅페이스 사건을 회사가 “경고 사격(warning shot)”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페이블 5의 역설: 가장 뛰어난 모델이 팔리지 않았다
6월 수출통제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앤트로픽의 페이블 5. 8월에 나온 데이터는 그 소동이 무색할 만큼 냉정했다.
핀테크 기업 램프(Ramp)가 7만여 미국 기업의 지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페이블 5에 대한 총지출은 앤트로픽 기업 고객 매출의 11.4%에 불과했다. 더 오래되고 저렴한 오퍼스 4.8보다도 훨씬 적었다. 토큰 점유율은 약 6%. 반면 GPT-5.6 솔은 토큰 25%, 지출 23%를 차지했다. 페이블 5의 모델 관련 매출은 GPT-5.6 솔의 75% 수준이었다 — 토큰당 가격이 2배인데도.
도입률 자체는 여전히 앤트로픽이 앞선다. 7월 기준 앤트로픽 제품에 지출한 미국 기업은 43.5%로 오픈AI(39.7%)를 웃돌았다. 하지만 개별 모델의 지출 규모에서는 오픈AI가 이겼다. “최첨단 기술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기업이 많을 것”이라는 앤트로픽의 전략 가정이 흔들린 것이다.
램프의 이코노미스트 아라 카라지안의 진단은 직설적이다.
“기업들에게 여러 이유를 들었는데 — 주로 페이블 5가 그냥 너무 비싸다는 것. 한때 금지될 만큼 강력했던 모델인데, 정작 기업들은 그 값을 할 만하지 않다고 본다.”
그는 이것이 기업이 AI에 지불할 의사가 있는 금액의 새로운 천장이라고 봤다. 다만 더 정확한 진단은 ROI 계산의 어려움에 있다. 페이블 5의 성능 우위는 많은 사용 사례에서 별 의미가 없거나, 일상 업무에서는 거의 측정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업은 고급 생의학 연구를 하거나 NSA 메인프레임을 해킹할 모델이 필요 없다. 그저 일상 운영 업무를 처리하면 된다.
램프는 이를 “점점 강력해지는 모델에서 나오는 빠른 매출 성장에 투자 논리를 기대고 있는 AI 산업에는 우려스러운 신호”라고 평가했다. 오픈소스 모델이 이제 프론티어 모델에 불과 몇 달 뒤처져 있을 뿐이고, 지출이 늘고 있는 고급 사용자층이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두 선도 랩의 성장률이 함께 둔화되고 있다는 관찰도 덧붙였다.
가격의 붕괴: 95% 인하와 하루 100조 토큰
7월에 시작된 가격 경쟁은 8월에 가격 파괴로 넘어갔다.
7월 30일 오픈AI가 선공했다. GPT-5.6 루나 가격을 입력 100만 토큰당 $1 → $0.20(80% 인하), 테라를 20% 인하했다. 최상위 솔은 가격을 유지하되 2.5배 빠른 ‘고속 모드’를 신설했다. 오픈AI는 이것이 단순 인하가 아니라 효율성 개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 모델 라우팅 개선, 하드웨어 활용 최적화, 스마트 맥락 관리. 특히 GPT-5.6 솔이 내부 개발에서 프로덕션 커널을 자율적으로 재작성해 서비스 비용 20% 절감, 토큰 생성 효율 15% 개선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후 오픈AI는 오픈라우터에서 GPT-5.6 제품군 전체를 공식 API 가격의 50% 수준으로 풀었고, 즉각 효과를 봤다. GPT-5.6 루나의 토큰 사용량이 클로드 오퍼스 5와 소네트 5를 합친 것의 2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8월 22일 메타가 응수했다. 플래그십 뮤즈 스파크 1.2의 ‘컨트리뷰터’ 요금제를 오픈라우터에 올렸다.
| 항목 | 컨트리뷰터 | 기존 |
|---|---|---|
| 입력 100만 토큰 | $0.10 | $1.25 |
| 출력 100만 토큰 | $0.20 | $4.25 |
| 캐시 입력 | $0.002 | $0.15 |
최대 95% 인하, 현존 주요 모델 API 중 최저가다. 가성비의 대명사였던 딥시크-V4-플래시의 절반 이하이면서 지능 지수는 5점 이상 앞선다. 조건은 사용자 데이터 활용과 학습 동의였다. 오픈라우터는 이것이 ‘파레토 프론티어’의 기준 자체를 바꿨다고 평했다.
구글도 제미나이 3.7 플래시를 내며 API를 50% 한시 할인했고, 딥시크는 8월 23일부터 주말 피크 할증을 폐지해 토·일요일 전체에 오프피크 요금을 적용했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8월 20일이었다. 오픈라우터에 ‘옥스 알파(Ox Alpha)’라는 정체불명의 스텔스 모델이 등장했다. 컨텍스트 100만 토큰, 최대 출력 13만 1,072 토큰, 텍스트·이미지·영상 입력. 그리고 하루 100조 토큰 무료 제공. DeepSWE 벤치마크 표본 테스트에서 80%를 기록해 페이블 5(65%), GPT-5.6 솔(52%)을 앞질렀고, 지난주 오픈라우터 사용량 1위에 올랐다.
정체를 두고 예측 시장에 베팅까지 붙었다. Z.ai냐 마이크로소프트 MAI냐. 스트라이프 CEO 패트릭 콜리슨은 “매우 인상적”이라 평했다(참고로 스트라이프는 오픈라우터를 인수하는 중이다). 8월 26일 답이 나왔다. Z.ai의 GLM 시리즈 최신판이었고, 회사는 수요일에 가중치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익명 모델이 하루 100조 규모 토큰을 무료 방출하는 현상 자체가 가격 파괴의 속도를 보여준다. 막대한 컴퓨팅 비용을 메우려 구독료와 API 단가를 유지해야 하는 기존 빅테크에게 이런 ‘테러’식 필드 테스트는 수익 모델 자체에 대한 위협이다.
8월 27일에는 Z.ai가 GLM-5.3-Flash를 공개하며 모든 온라인 요청을 중국산 칩 10만 개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Artificial Analysis 지능 지수 10위로 딥시크 V4 Pro Max를 앞섰고, 홍콩 주가는 8% 넘게 올랐다. 카운터포인트는 화웨이 어센드와 다른 공급업체 칩의 조합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성공당 비용: 벤치마크가 못 보는 것
가격이 무너지자 진짜 질문이 드러났다. “100만 토큰당 얼마”가 아니라 “일 하나 끝내는 데 얼마”다.
8월 3일 알리바바가 큐원3.8-맥스(총 2조 4,000억 파라미터, 활성 950억, MoE)를 공개하며 코딩 에이전트 성능이 사실상 페이블 5에 이어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홍보했다. 홍콩 주가는 7.7% 급등했다.
그러나 독립 벤치마크 불칸벤치(VulcanBench)의 결과는 정반대였다. 실제 병합된 23개 PR 기반 테스트에서 큐원3.8-맥스는 최적화된 설정에서도 중간, 기본 설정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오버싱킹(overthinking) 현상이 두드러졌고 토큰 사용량이 과도했으며 속도도 가장 느린 축이었다.
비용 차이가 결정적이다. 동일한 전체 평가 수행에 큐원3.8-맥스는 $126.25, 딥시크 V4-플래시는 $13.60이 들었다. 벤치마크를 수행한 모건 린튼의 평가는 냉정했다 — “정확도가 최우선이면 그록 4.5, 가격 대비 정확도면 딥시크-V4 플래시를 따라올 모델이 거의 없다. 딥시크는 큐원보다 10배 저렴하면서 더 높은 정확도를 제공한다.”
발표와 독립 평가가 엇갈린 이유는 숨겨진 평가 조건이었다. 알리바바 자체 벤치마크는 최대 5시간, 일부는 12시간 실행을 허용했지만 불칸벤치는 작업당 45~60분만 줬다. 그리고 흥미로운 역설이 발견됐다 — 큐원3.8-맥스는 못 푸는 어려운 문제보다 원래 잘 풀던 쉬운 작업에서 성능이 급락했다. 낮은 추론 단계에서 모두 성공했던 작업이 최고 추론 단계에서는 시간 제한에 걸려 실패했다. 추가 추론이 정확도가 아니라 시간과 토큰만 소모한 것이다.
같은 현상이 클로드에서도 나타났다. 클로드 오퍼스 5 역시 가장 높은 추론 설정보다 가장 낮은 설정에서 더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최고 추론 모드는 오답은 줄였지만 시간 초과 실패가 늘어 전체 성능이 떨어졌고, 비용은 3배 이상 높았다. ‘롱 호라이즌 터미널 벤치’에서 해결 실패의 79%가 시간 제한 초과 때문이었다.
그래서 새 지표가 필요하다. 성공당 비용(Cost per Successful Task) — 실패한 시도까지 포함한 전체 비용을 실제 성공 건수로 나눈 값. 이미 허브스팟은 AI 고객 상담 요금을 ‘처리한 대화 수’가 아닌 ‘실제로 해결한 상담’ 기준으로 바꿨고, 젠데스크·인터컴도 자동 해결 건수 과금으로 전환했다.
하네스가 10%포인트를 가른다
모델만의 문제도 아니다. 에이전트 평가 프레임워크 컴포지오가 딥시크-V4 플래시를 지메일·깃허브·슬랙·구글 시트를 쓰는 30개 다단계 작업에 투입하고, 클로드 코드·코덱스·오픈코드·오 마이 파이 4종 하네스로 총 240회 실행했다.
평균 완료율은 53.8%로 프론티어급에 필적했다. 하지만 하네스별 편차가 컸다.
| 지표 | 최고 | 최저 | 격차 |
|---|---|---|---|
| 완료율 | 오 마이 파이 56.7% | 오픈코드 46.7% | 10%p |
| 성공당 비용 | 오 마이 파이 $0.073 | 클로드 코드 $0.195 | 2.7배 |
| 평균 수행 시간 | 클로드 코드 122.7초 | 오 마이 파이 272.4초 | 2.2배 |
지표마다 승자가 달랐고, 4개 환경 모두에서 예외 없이 완수된 과제는 30개 중 단 6개였다. 같은 모델인데도 재시도 로직, 도구 호출 방식, 컨텍스트 전달 구조 같은 하네스 설계가 실질적 성패를 갈랐다.
데이터브릭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사례를 냈다. 소프트웨어사 에어렌딜이 공개한 오픈소스 하네스 Pi가 동일한 GPT 5.5 모델로 코덱스를 능가한 것이다. Pi 제작자 마리오 제크너의 진단이 날카롭다 — “모든 게 코딩 에이전트 모양이다. 왜냐면 그들에겐 코딩 에이전트 태스크 학습 데이터밖에 없으니까.” 그는 대형 랩의 하네스 푸시를 락인 전략으로 본다. “그들은 스택 전체를 소유해야 한다. 안 그러면 그냥 모델 공급자가 되고, 그럼 중국 모델과 경쟁해야 한다.”
메타의 전향, 알리바바의 응수
8월 10일, 마크 저커버그가 6,500단어짜리 AI 선언문 「The Future is for Everyone」을 발표하며 두 가지를 내놨다. 최강 모델 뮤즈 스파크 1.2의 가중치 공개, 그리고 노트북 구동용 오픈소스 모델군 뮤즈 글리머(Muse Glimmer).
논지는 명확했다. 미국 오픈소스가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워싱턴이 도와야 한다는 것.
“해외 연구소들은 현재 여러 이점을 갖고 있다. 미국 연구소들은 학습 데이터에 대한 추가 규제를 다수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 해외 오픈소스 모델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는 것이 효과적인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의 목표는 미국 오픈소스 모델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
그는 증류(distillation)와 학습 데이터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면서, 오픈AI·앤트로픽을 겨냥한 우회 비판도 던졌다 — “AI가 너무 위험해서 유일하게 안전한 길이 극단적인 권력 집중이라는 발상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다만 사이버보안에서는 정부 감독 강화를 제안했다. AI 개발사가 학습 완료를 기다리지 말고 중간중간 정부에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일주일 뒤 알리바바가 답했다. 8월 17일 노트북 구동용 Qwen3.8-27B를 아파치 2.0으로 공개하고, 동시에 최강 모델 Qwen3.8-Max의 가중치도 풀었다. 27B는 네이티브 멀티모달 밀집 모델로 기본 26만 2,000 토큰, YaRN 적용 시 100만 토큰 컨텍스트를 지원하며, 10배 큰 모델의 성능과 맞먹는다고 주장했다. 메타의 뮤즈 글리머 30B를 능가하고 클로드 오퍼스 4.6과 일부 대등하다는 것이다.
숫자가 격차를 보여준다. 허깅페이스에서 Qwen 기반 파생 모델은 151,448개로, 메타 전체의 2.6배, 구글 계열의 1.8배다. 퓨처럼 그룹 닉 페이션스의 평가가 정확하다 — “메타가 오픈웨이트를 다시 받아들인 것 자체가, 중국 랩들이 오픈웨이트 시장의 큰 몫을 가져간 2년에 대한 대응이었다.”
허깅페이스가 집계한 오픈 모델의 실상
8월 14일 허깅페이스가 「2026년 오픈 모델 현황」 보고서를 냈다. 1~8월 공개 모델 저장소는 243만 → 296만개, 데이터셋은 71만 → 100만개로 늘었다. 그러나 쏠림이 극심했다. 전체 모델의 85.6%가 누적 다운로드 200건 미만이고, 상위 1.5% 저장소가 전체 다운로드의 99.2%를 독식했다.
초대형 모델은 중국이 주도했다. 2026년 들어 거의 매달 중국 기업의 최대 모델 규모(7,540억~2조 7,800억 파라미터)가 미국 기업(5개월간 1,300억 미만)을 크게 상회했다. 미국은 엔비디아 네모트론3 울트라(5,610억), 싱킹 머신스 잉클링(9,520억)으로 맞섰다.
라이선스 격차는 더 결정적이다.
| 구분 (200억+ 파라미터) | 중국 | 미국 |
|---|---|---|
| Apache 2.0 | 59% | — |
| MIT | 22% | — |
| Apache/MIT 합계 | 81% | 29% |
| 자체 조건 | — | 41% |
| 미명시 | — | 30% |
| 제한적 라이선스 | 0% | — |
큐원의 올해 다운로드는 20억 4,500만건. 대형 모델 위주인 문샷(약 3,700만건)과 55배 차이다. 로컬 실행 생태계에서도 큐원 계열 GGUF는 월 약 3,960만건으로 구글 젬마의 2배, 메타 라마의 5배다.
보고서가 짚은 또 하나의 변화 — 7월에 처음으로 AI 에이전트가 플랫폼의 주요 사용자로 부상했다. 에이전트 트래픽의 44.4%가 클로드 코드였다.
‘데드 존’: 중국이 가격과 성능을 동시에 가져갔다
블룸버그는 8월 3일 이 국면에 이름을 붙였다. ‘딥시크 데드 존(DeepSeek Death Zone)’ — 같은 성능인데 더 비싸거나, 같은 가격인데 성능이 떨어지는 모델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다.
숫자가 무섭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기준 복잡한 실제 업무 수행 비용이 딥시크 V4 플래시는 약 $0.03, 앤트로픽 페이블 5는 $3.15다. 100배 이상 차이. 출력 100만 토큰 기준으로도 페이블 $50, 키미 K3 $15, 딥시크 V4 Pro $0.87이다.
이건 단발성이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게 요지다. 베이징의 기술 분석가 포 자오의 정리 — “지난해 딥시크의 등장은 예외적 사건처럼 보였지만, 최근 연이어 등장한 모델들은 중국이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한 AI를 반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체계를 갖췄음을 보여준다.”
실사용 패턴도 바뀌었다. 상하이 젠젠 랩스의 더못 맥그래스는 복잡한 설계는 클로드 코드로, 실행은 딥시크로 맡겨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 기업 폴시아의 벤 세라는 중국산 오픈웨이트로 전환한 뒤 월간 AI 비용이 120만 달러에서 10만 달러로 줄었다고 했다.
Z.ai의 GLM-5.3(8월 14일)은 743B 기반에서 사전재학습 없이 사후학습 스케일링만으로 코딩 성능을 50% 끌어올려 키미 K3와 대등해졌다. 사이버 보안 영역의 도약이 특히 컸다 — 사이버짐 84.5%(최고 성적), 익스플로잇벤치 54.4%(직전 24.4%의 2배). 269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분석해 2,436개 취약점(고위험 1,097개)을 찾아냈는데, 그중에는 1981년에 작성돼 45년간 발견되지 않은 결함도 있었다.
규제 논의도 이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조지아공대 다니엘 유 교수는 미국이 중국산 오픈웨이트를 금지하면 미국 기업이 연간 30억~120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고 추산했다. 파운데이션 캐피털 자야 굽타는 전면 금지가 AI 수요 일부를 빠르게 소멸시켜 데이터센터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글로벌 LLM 추론 비용은 6월 초 100만 토큰당 $2.07에서 7월 초 $1.67로 떨어졌다.
한편 바이트댄스는 반대로 갔다. 장이밍 창립자가 AI 조직 ‘시드’ 전 직원 회의에서 증류 기법을 쓰지 않겠다고 직접 선언한 것이다. “회사는 장기적인 목표를 위해 단기적인 성과를 희생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틱톡 규제 리스크를 고려한 판단으로 읽히지만, 대가도 분명하다 — 최신 LLM ‘시드 2.1 프로’는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포함조차 되지 못했다. 다만 동영상 AI(시댄스)에서는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를 샀다
8월 26일, 엔비디아가 허깅페이스를 129억 달러(약 18조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ARR 1억 5,000만 달러 기준 약 80배 배수다.
논리는 단순하다. 오픈소스가 인기를 끌면 특정 폐쇄형 AI 업체 의존도가 낮아지고, 다양한 개발사가 엔비디아 GPU를 쓰는 환경이 유지된다. 자체 오픈소스 모델 네모트론에 투자해온 엔비디아는 이제 모델뿐 아니라 모델이 유통되는 관문까지 소유하게 됐다. 허깅페이스가 특정 반도체에 맞춘 모델 최적화를 지원한다는 점도 전략적이다. 젠슨 황이 7월 말 생애 첫 X 게시물로 오픈웨이트를 옹호한 이후의 행보가 여기서 완결된다 — “공짜 AI는 하드웨어에 아주 좋습니다. 공짜 AI는 칩에 아주 좋아요.”
8월의 엔비디아는 지갑을 열어놓고 살았다. 네모트론 3.5 라이트닝 오픈소스 공개(PC GPU 한 장으로 구동), 데이터센터 개발사 랜슘에 최대 30억 달러(스타게이트 첫 가동 사이트 보유), 풀사이드의 “모델 팩토리”와 직원 109명을 60억 달러에 확보(인수도 애퀴하이어도 아니라는 형식), SB Energy 15억 달러, Cloverleaf 소수 지분, 퍼플렉시티 투자 협의, 그리고 국내 NPU 스타트업 리벨리온과 인수 협상(젠슨 황이 산타클라라에서 박성현 CEO와 회동).
실적: 사상 최대, 그러나 마진은 깎인다
8월 26일 발표된 2분기 실적은 화려했다. 매출 962억 달러(예상 923억), 데이터센터 890억 달러(전년비 +117%), 조정 EPS $2.22. 3분기 가이던스는 1,080억 달러로, 심지어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0으로 가정한 수치다.
문제는 마진이었다. CFO 콜레트 크레스가 메모리 원가를 “극단적”이라 표현했다.
“가격 인상 폭이 우리의 기존 예상을 넘어섰고, 내년에는 더 올라갈 것”
조정 매출총이익률 전망은 이번 분기 74% → 4분기 71~72% 바닥 → 다음 회계연도 72~73%다. 공급업체 약정액은 전분기 1,190억 달러에서 2,790억 달러로 급증했고 대부분 메모리 조달 관련이다. 크레스의 정리가 정확하다 — “메모리 공급 경색은 우리 성장을 이끄는 바로 그 수요 급증의 증상.” 병목은 최소 FY28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의 대응은 전가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대 고객사들에 그레이스 블랙웰·베라 루빈 시스템 가격을 15% 이상 인상한다고 통보했다. 랙당 수백만 달러짜리 시스템에서 15%면 랙당 수십만 달러이며, 그것도 수천 랙 단위 배치에서다. 비(非)GAAP 총마진 약 75%로 흡수할 여력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아이러니는 명확하다 — 지금 엔비디아 가격을 밀어올리는 공급 부족은, 엔비디아 수요가 만드는 데 일조한 바로 그 부족이다. 여파는 소비자에게도 갔다. 32GB DDR5-6000 키트가 1년 전 110~140달러에서 8월 현재 약 392달러가 됐다.
아마존과의 계약은 규모를 보여준다. GPU 200만 개를 2027~2028년 AWS 데이터센터에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 5개월 전 100만 개 합의에서 3배로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Vera CPU, 네트워킹 하드웨어, 물류창고 로봇용 피지컬 AI 스택 전체(Omniverse·Cosmos·Isaac·Jetson)까지 포함됐다. 아마존은 자체 칩(Trainium·Graviton) 사업이 연환산 250억 달러를 넘겼는데도 엔비디아 주문을 늘렸다.
‘순환 출자’ 논란에는 정면 반박했다. “대출이 아니라 매출 분배 계약이며 우리는 두 번 돈을 받는다” — 하드웨어 판매에서 한 번, 임대 매출 분배에서 또 한 번. 오픈AI의 자체 추론 칩 할라피뇨에 대한 젠슨 황의 답도 자신만만했다. “우리는 아주 다른 걸 만들고 있다. 엔비디아는 플랫폼이다. (…) 내 유일한 후회는 더 일찍, 더 많이 투자하지 않은 것.”
중국에서는 무너지고 있다
같은 달, 번스타인은 엔비디아의 중국 AI 칩 점유율이 2026년 말까지 40% → 약 8%로 붕괴하고 화웨이가 약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통제 이전 점유율은 약 95%였다.
화웨이 어센드 950 시리즈는 분석가들에게 H200과 대체로 대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Omdia의 허후이가 핵심을 짚었다 — 중국은 이제 자국 공급 자립을 믿는다. 기업·국가기관 조달 단계에서 이 확신이 자리 잡으면, 수출 규제가 완화되더라도 되돌리기 어렵다. 기술 격차가 아니라 신뢰와 조달 관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론 프론티어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다. 블룸버그는 문샷이 알리바바로부터 엔비디아 GPU 2만 개 클러스터를 제공받아 키미 K3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OSTP는 문샷이 태국의 제3자를 통해 블랙웰 연산 자원에 원격 접근했다는 의혹을 제기했고, 미 상무부 BIS는 8월 8일 중국 AI 기업의 해외 클라우드 연산 임대 실태에 대한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문제는 현행 EAR이 물리적 제품 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클라우드 임대를 규제할 법적 권한 자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알리바바 사례에서는 중국 → 케이맨 페이퍼컴퍼니 → 싱가포르 → 말레이시아로 이어지는 다단계 구조가 확인됐다. 컴퓨트는 국경을 넘지 않고도 소비된다.
메모리가 값을 정한다
AI 스택 최상단의 가격을 결정한 건 결국 메모리였고, 그 무대는 한국이었다.
삼성전자가 HBM4 수율을 양산 6개월 만에 80%까지 끌어올렸다. 2월 양산 초기 60% 미만에서 극적인 안정화다. 업계는 80%를 수익성 확보 기준선인 ‘골든 수율’로 본다. 메모리·파운드리·첨단 패키징 사업부가 설계 단계부터 협업한 턴키 체제의 결과였다. 삼성은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하반기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HBM4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는 내년 삼성 41% vs SK하이닉스 39%로 역전을 점쳤다(올해는 SK 48%). 7세대 HBM4E 신뢰성 테스트 수율도 70% 이상으로 올려 양산 시점을 앞당겼다.
경쟁의 축은 이제 기술이 아니라 생산 능력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공급 부족이 성능 경쟁을 억누르는 이례적 국면이 왔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루빈 울트라에 HBM4E 12단 대신 HBM4 8단·12단부터 넣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AMD 리사 수도 “TCO 이점이 크지 않다면 메모리 구성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통상 신세대 메모리는 성능 우위로 채택되지만, 지금은 “구할 수 있는 것”이 스펙을 결정한다. 결과적으로 메모리 제조사의 가격 결정권은 더 강해졌다.
기술 로드맵도 움직였다. 삼성은 FMS 2026에서 zHBM을 공개했다 — AI 가속기 옆이 아니라 위에 수직 적층하는 3D 아키텍처로, HBM5 대비 성능 최대 8배, 전력 대비 성능 3배, 발열 제어 절반 이상 개선을 내세웠다(양산 일정은 미정). 400단 이상 V10 BV-NAND와 온디바이스 AI용 zNAND-O도 함께 나왔다. 한편 엔비디아는 NVHBM으로 GPU의 메모리 컨트롤러를 HBM 베이스 다이로 이식하겠다고 밝혔는데, 업계는 이를 AWS와 손잡고 표준 베이스 다이를 만들어 메모리 3사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시도로 본다. SK하이닉스는 HBM4 베이스 다이를 TSMC 최선단 공정에서 만들 예정이며, 올해 삼성 시스템LSI 출신 엔지니어를 대규모 영입했다.
8월 12일에는 SK하이닉스가 낸드 판을 흔들 카드를 확보했다. 도시바가 지분을 줄이면서 SK하이닉스가 CB로 투자한 베인캐피탈 SPC ‘BCPE 판게이아 케이만2’가 키옥시아 최대주주(14.19%)가 된 것이다.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직접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단순 합산 점유율은 SK 18% + 키옥시아 14% = 32%로 삼성(29%)을 넘는다. 다만 2028년까지 의결권 15% 초과 보유 불가 계약과 일본 정부의 입장이 변수다. 8년 전 투자가 잠재적 카드로 돌아온 셈이다.
8월 21일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인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의결했다. 기존 최대치였던 2020년(20조 3,000억원)의 약 5배다. 3분기에 정규배당 포함 약 30조원을 선제 집행하고, 임직원 보상용 자사주 매입 약 15조원도 함께 추진한다. 3년 누적 주주환원은 120조~14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온도는 달랐다. 8월 첫째 주 외국인은 SK하이닉스·삼성전자·삼성전기·대덕전자·한미반도체를 5조 9,183억원 순매도했다. 자금은 바이오·방산·자동차로 흘렀다. 산업의 기술적 성과와 시장의 경계심이 뚜렷하게 엇갈린 달이었다.
CXMT와 애플, 그리고 로비 전쟁
중국 최대 DRAM 제조사 CXMT(창신메모리)가 7월 27일 상하이 스타마켓 IPO로 약 86억 달러를 조달하고 상장 첫날 466% 상승했다. 8월 중순 시총은 5,405억 달러로 텐센트를 앞지르고 인텔(5,526억)에 육박했다. 노무라는 CXMT의 글로벌 DRAM 점유율이 현재 약 10%에서 2028년 말 약 18%로 오를 것으로 봤다.
여기서 애플이 곤경에 빠졌다. 메모리 공급 부족을 해소하려 CXMT·YMTC 칩을 테스트해온 사실이 알려지자, 8월 13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애플 휴스턴 공장 방문 후 “중국산 메모리를 사지 말라”고 공개 요구했다.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그랬다”고 답했다. 배후에는 마이크론의 로비가 있었다. 뉴욕·인디애나·아이다호 등 마이크론 증설 지역 상원의원들도 7월 말 팀 쿡에게 서한을 보냈다. 애플 COO 사비 칸은 공급 부족 규모를 고려하면 “모든 선택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앤트로픽: 첫 흑자와 첫 반발
숫자만 보면 앤트로픽의 8월은 완벽했다.
- 2분기 매출 115억 달러 — 전년 동기(7억 8,700만) 대비 14배, 1분기(47억 3,000만)의 2배 이상
- 주요 프론티어 AI 기업 중 최초로 분기 조정 영업이익(EBITDA) 흑자 — 내부 예상(2027~2028년)보다 2년 이상 빠르다
- 7월 말 연환산 매출 650억 달러 — 1년 전 대비 7배, 3개월 전(470억)보다 38% 증가. 오픈AI(약 400억)를 크게 앞선다
- 기업가치 9,650억 달러, FT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는 2조 달러 이상 상장을 예상 — 스페이스X(1조 7,700억)를 넘는 사상 최대 IPO
(단, 앤트로픽은 파트너 경유 매출을 수수료 차감 전 총매출로, 오픈AI는 순매출로 집계하므로 단순 비교는 주의가 필요하다.)
IPO를 앞두고 승부수도 던졌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디카트(Decart)를 약 70억 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이 막바지다. 디카트의 소프트웨어는 GPU뿐 아니라 구글·아마존 자체 칩의 성능까지 개선해 AI 모델을 최대 8배 빠르게 구동한다. 엔비디아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는데도 창업자들과 세쿼이아가 앤트로픽을 택했다. 성사되면 앤트로픽 역대 최대 인수이자 이스라엘 AI 생태계 진입 거점이 된다.
8월 21일에는 구글 TPU 조직을 창립하고 7세대까지 이끈 아미르 살렉을 영입했다. 엔비디아 SoC 설계 조직 설립 이력도 있는 인물이다. 자체 칩 개발은 영국 프랙타일과의 2억 5,000만 달러 초기 주문, 삼성전자 2나노 파운드리·패키징 협의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사용자들이 화가 났다
문제는 제품 쪽에서 터졌다.
워터마크. EU AI법 준수를 위해 클로드 출력에 보이지 않는 워터마크(구글 SynthID 기반)를 도입한다고 밝히자 유료 사용자 이탈이 시작됐다. 맞춤법 검사나 인용 수정에도 표식이 붙는 것을 우려한 정책 종사자, 기업 문서를 편집만 했는데 워터마크가 남을까 걱정한 컨설턴트, 고객 납품 코드에 AI 라벨이 감지되면 계약상 불이익을 우려한 프리랜서 개발자들이 클로드 맥스를 해지했다.
그리고 발표 4시간 만에 개발자 기욤 메이어가 워터마크 제거 코드를 공개했다. 깃허브에서 화제가 됐고 X에서 2만 회 이상 북마크됐으며 기여자 100명 이상이 붙었다. 다른 우회법도 쏟아졌다 — 워터마킹하지 않는 LLM으로 재작성, 문장 순서 변경과 동의어 치환, 아랍어처럼 구조가 다른 언어로 번역했다 되돌리기. 앤트로픽 자신도 크게 편집·의역·번역된 콘텐츠는 워터마크를 유지하지 못할 수 있다고 인정했다.
품질 논란도 붙었다. 마크다운 공동 창시자 존 그루버는 반박이 날카로웠다 — 완전히 같은 의미의 동의어는 없다. 클로드가 “overcast”와 “grey” 중 하나를 의미적 정확성이 아니라 비밀 워터마크 키에 따라 고른다면 텍스트 품질은 필연적으로 나빠진다. 시스템은 때때로 더 나쁜 단어의 확률을 올리고 최선의 단어 확률을 낮춘다. 그는 제미나이가 클로드·챗GPT보다 약하다는 평판이 이미 활성화된 SynthID에서 부분적으로 비롯됐을 수 있다고까지 시사했다. IT 분석가 벤 톰슨은 더 간결했다 — “볼펜으로 글을 썼다고 해서 볼펜을 저자로 표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법조계에는 실무적 골칫거리가 생겼다. 워터마크는 텍스트를 따라 이동한다. 복잡한 계약서에서 일부 조항만 AI 표식이 붙을 수 있고, AI 생성 부분이 포함된 템플릿을 기반으로 만든 미래 계약서는 그 표식을 계속 물려받는다. 여러 LLM을 쓰면 한 문서에 서로 다른 워터마크가 겹칠 수도 있다.
사용 한도. 8월 30일 앤트로픽은 9월 14일부터 클로드 코드 주간 한도를 기본 대비 25% 영구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기존에 적용되던 50% 임시 프로모션이 종료되므로, 사용자 체감 한도는 150 → 125로 약 17% 감소한다. 앤트로픽도 후속 게시물에서 이를 시인했다. 공지 게시글에는 커뮤니티 노트가 달렸고, “기본 한도 인상이라는 언어유희로 실질적 서비스 축소를 포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AGENTS.md. 8월 26일 쇼피파이 CEO 토비 뤼트케가 클로드 코드 전사 금지를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유는 6만 개 이상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채택한 업계 표준 AGENTS.md 지원을 앤트로픽이 거부하고 CLAUDE.md를 고집한다는 것. 코덱스·커서·제미나이 CLI·코파일럿·VS Code·Devin·Windsurf가 모두 네이티브 지원하는데 클로드 코드만 안 한다. 수천 명이 하나의 모노레포를 유지하면 필연적으로 어떤 디렉터리에는 둘 중 하나가 빠지고, 그 결과 일부 개발자는 “뇌의 일부가 빠진” 에이전트를 쓰게 된다. 뤼트케는 이를 “멍청한 복잡도 세금”이라 불렀다.
가장 큰 문제는 태도였다. 관련 깃허브 이슈(#6235)는 👍 5,014개를 모았는데, 앤트로픽은 뤼트케 발언 9일 전인 8월 17일 이 이슈를 won’t fix로 닫았다. 아이러니한 것은 AGENTS.md가 앤트로픽이 기증한 MCP와 같은 거버넌스 우산(리눅스 재단 Agentic AI Foundation) 아래 있고 앤트로픽이 플래티넘 회원이라는 점이다. 커뮤니티의 진단은 냉정했다 — “앤트로픽 제품을 정말 좋아한다. 하지만 여기에 문화적 문제가 있다는 걸 그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것 때문에 개발자들의 관심을 점점 잃고 있다.”
안정성. 8월 18일, 19일, 20일, 24일 클로드에 반복적으로 장애가 발생했다. 24일 장애는 미토스 5, 페이블 5, 오퍼스 5, 오퍼스 4.8과 claude.ai·API·클로드 코드·코워크를 모두 덮쳤다. 클로드는 더 이상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여러 표면으로 노출되는 모델 패밀리이기 때문에, 동시에 실패하면 사용자는 별개의 인시던트가 아니라 하나의 사용 불가능한 의존성을 겪는다.
안전. 안전 보고서로 드러난 사실 하나가 무겁다. 앤트로픽의 생물학 차단 분류기가 2025년 5월부터 2026년 4월까지 약 1년간 비활성 상태였다. 인간 피드백을 제공하는 외부 계약업체 트래픽 전량이 필터 없이 처리됐고, 영향받은 인원 약 5만 명, 대화 약 1억 3,300만 건이다. 앤트로픽은 실제 오용 증거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CEO가 화학·생물무기 위험을 사이버공격보다 크다고 말해온 회사에서 나온 결과다.
데이터 보존. 6월부터 Mythos·Fable 및 향후 플래그십의 고객 데이터를 30일간 자사 서버에 저장해온 정책은 기업 반발에 부딪혔고, 8월 20일 앤트로픽은 보존 기간은 유지하되 데이터를 고객사 클라우드에 저장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올가을 적용). 앤트로픽 스스로 이 정책이 인기가 없었고 사업상 리스크였다고 인정했다. 오픈AI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8월 19일 ‘Private Safety Processing’을 프리뷰 공개했다 — 고객 데이터를 전혀 보관하지 않으면서 여러 대화에 걸친 장기 오용 패턴을 감시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오토 모드. 앤트로픽은 8월 14일부터 Pro·Max·Team 계정에서 클로드 코드 자동 모드를 기본값으로 전환했다. 근거는 설득력 있었다 — 유료 테스터 1,053명 연구에서 유해 행동 탐지율이 자동 모드 89% vs 사람 수동 검토 13.6%였다. 이유는 명확하다. “사용자들은 클로드 코드 권한 프롬프트의 97%를 승인한다.” 매번 물어보는 안전장치는 반사적으로 Yes를 누르는 순간 무의미해진다.
그런데 8월 말, Embrace The Red의 연구가 그 자동 모드를 깼다. “이 웹사이트를 요약해줘”라는 평범한 요청 하나로 시작한 공격이 60~80% 확률로 악성코드 실행에 성공했다. 경로가 절묘하다 — 서버가 HTTP 415를 반환해 클로드를 curl로 유도, ZIP 아카이브 안에 악성 struct.py를 심어둠, 클로드는 동봉된 네이티브 바이너리 실행을 정확하게 거부하고 대신 자체 파이썬 디코더를 작성, 그런데 그 코드를 압축 해제된 디렉터리 안에서 실행하는 바람에 공격자의 struct.py가 표준 라이브러리를 가려버렸다(module shadowing). 즉 올바른 안전 판단이 다음 단계의 함정이 됐다. 앤트로픽이 고정 시나리오에서 프롬프트 인젝션 성공률 0.00%를 강조한 직후 나온 결과다. 교훈은 하나다 — 오토 모드를 보안 경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AI가 과학을 하기 시작했다
8월은 AI의 과학 연구가 시연 단계를 넘어섰음을 보여준 달이기도 했다.
리만 가설. 8월 10일 앤트로픽은 미공개 연구용 클로드가 리만 제타 함수의 비자명 영점 중 임계선 위에 있다고 확인 가능한 비율의 하한을 41.6%에서 67.2%로 끌어올렸다고 발표했다. 수십 년간 0.1%포인트 단위로 진행되던 분야에서 단일 연구로는 이례적인 폭이다.
시작은 소박했다. 수학 전문가가 아닌 앤트로픽 직원 재러드 섬너가 “진짜로 한번 도전해보라”고 요청한 것이다. AI는 처음 650개 아이디어를 시험해 모두 실패한 뒤, 약 하루 반 동안 60개의 하위 에이전트를 동원했다. 3,100만 출력 토큰, 셸 명령 2,400회, 파이썬 스크립트 수백 개, arXiv 논문 54편 다운로드 대조. 역할 분담이 인상적이다 — 2개가 핵심 수학적 아이디어를 개발, 13개가 아이디어 제공, 30개가 새 접근법 시도(실패), 13개가 논증 검증, 2개가 초기 논문 작성. 결과는 사내 수학자 2인이 확인하고 Lean으로 형식화됐다.
단백질 설계. 더 놀라운 건 이쪽이다. 앤트로픽은 클로드가 드 노보(de novo) 단백질 결합체 설계 전 과정을 수행한 결과를 공개했다. 16개 표적 중 유효 측정이 나온 15개에서 14개 성공. 실험실 테스트 1,320개 설계 중 354개가 실제로 결합해 적중률 26.8%(업계 통상 10~15%), 클로드가 스스로 1순위로 꼽은 설계만 보면 49%가 결합했다.
가장 시사적인 사례는 RBX1이다. 공개 설계 콘테스트에서는 신규 후보 245개 중 9개만 결합했는데 클로드는 90개 중 28개 성공했고, 콘테스트 우승 설계를 같은 플레이트에서 재현·측정한 결과 45nM인 반면 클로드의 최고 설계는 3.9nM로 약 10배 강하게 결합했다. 이전 접근법들이 적중 0을 기록했던 어려운 표적 TNFα(휴미라의 표적)에서도 150개 중 12개를 만들어냈다.
핵심은 앤트로픽이 자체 단백질 모델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클로드는 학계에서 이미 쓰이는 오픈소스 도구(PXDesign, RFdiffusion3, Genie 3, BoltzGen, SolubleMPNN, ESMFold2 등)를 직접 설치·실행했다. 새로운 것은 그 위의 레이어다 — 범용 언어모델이 각 표적의 생물학을 조사하고, 도킹 지점을 선택하고, 공개 저장소에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24개 워크플로에 걸쳐 조합해, 사람이 단 하나의 설계 결정도 건드리지 않은 채 완성된 순위표를 냈다. 16,000단어 분량 프로토콜 프롬프트의 2/3가 일정 관리·서브에이전트 위임·검증·예산 관리에 관한 내용이었다는 사실이 이 작업의 성격을 말해준다.
한계도 정직하게 밝혔다. 인간 전문가 대조군이 없었고, 측정한 것은 결합 여부뿐이며, 구조적으로 규명된 설계는 하나도 없다. 그리고 두 번의 명확한 실패 — 진화적 이력이 없는 인공 배럴 단백질 BBF-14, 매끄럽고 친수성인 표면의 MBP(90개 중 0개) — 에 대해 폴딩 예측 신뢰도 점수가 아무런 경고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AI가 설계한 바이러스가 등장했다. 스탠퍼드 브라이언 히 박사팀이 게놈 언어 모델(Evo1·Evo2)로 작동하는 박테리오파지 게놈을 설계했다. 박테리오파지 200만 종의 유전 데이터로 학습하되 인간·동물·식물 감염 바이러스는 의도적으로 제외했다. 수천 개 후보 중 약 300개를 제작해 생존 가능한 것은 16개뿐이었지만, 이들을 섞은 칵테일은 자연 파지에 내성을 가진 대장균을 사멸시켰다.
존스홉킨스 보건안보센터의 경고가 이 달의 문장으로 남을 만하다.
“생성형 AI로 바이러스 게놈을 구성하는 능력은 이제 존재한다. 그것을 안전하게 조종할 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회의론도 있다. 임페리얼칼리지 톰 엘리스는 “이건 말 그대로 가장 작고 쉬운 게놈”이며 “기존 병원체에 기능획득 변형을 가하는 게 훨씬 쉽고 실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킹스칼리지 필리파 렌초스는 규제 지점이 AI 모델이 아니라 DNA가 실제로 합성·제조되는 단계여야 한다고 짚었다. RAND는 같은 달 「AI 시대를 위한 다층 방어 바이오보안 전략」 보고서에서 9개 완화 수단의 네트워크를 제안하며, 자원이 풍부한 국가 행위자는 접근 통제로 막을 수 없으므로 억지(deterrence)가 필요하고, 여러 노드에 흩어진 종합 신호(aggregate signals)를 읽을 중앙집중형 정보 공유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덧붙였다 — “더 발전된 생물학적 위협이 부인할 수 없는 수준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미 너무 늦다.”
로보틱스. 구글 딥마인드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2로 물리 AI를 전신(全身) 제어로 확장했다. Apptronik의 Apollo 2에게 “물뿌리개를 아래 선반의 녹색 통에 넣어줘”라고 하면 걸어가 집고 이동해 배치한다. 5손가락 22자유도 핸드로 매듭 묶기와 지퍼백 밀봉이 가능하고, 온디바이스 모델은 몇 시간, 보통 200개 미만의 예시로 새 로봇 형태에 적응한다. 다중 로봇 협업도 도입됐다. 안전 측면에서는 체화 추론 에이전트가 VLA의 안전하지 않은 도구 호출을 거부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ASIMOV-Agentic 벤치마크를 새로 냈다.
8월 27일에는 허깅페이스가 폴렌 로보틱스와 함께 399달러(약 55만원)짜리 오픈소스 이족보행 로봇 ‘마이크로덕’을 공개했다. 높이 25cm, 15개 액추에이터, 라이다·카메라·IMU 탑재, 롤러스케이트 주행까지 된다. SDK·시뮬레이터·강화학습 스택 전체가 깃허브에 공개됐다.
수학계는 갈렸다. 6월 라이덴 선언에 서명한 수학자들은 진정한 증명이 “발견의 공로를 인정받고 정확성에 책임을 지는 특정 저자에게 귀속되어야 한다”는 기준이 흔들린다고 우려했다. 필즈상 수상자 티모시 가워스의 반론은 이렇다.
“수학 정리가 더 이상 수학자와 결부되지 않는 세상에 도달한다면, 그것이 별에 천문학자의 이름이 붙지 않고 대부분의 별에는 아예 이름조차 없다는 사실보다 더 문제될 것은 없을지도 모른다.”
구글의 2막
7월 제미나이 3.5 프로 지연으로 시총 2,000억 달러를 잃었던 구글의 8월은 리더십 교체와 재정 부담의 달이었다.
제프 딘이 27년 만에 구글을 떠났다. 구글의 30번째 직원이자 검색 인프라와 제미나이 멀티모달의 설계자였던 그는 산자이 게마왓(최고 엔지니어), 쿽 레(구글 브레인 창립 멤버), 오리올 비냘스(딥마인드 수석 연구 과학자)와 함께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를 창업했다. 목표는 과학 연구의 자동화 — 고성능 알고리즘으로 수천 개 실험을 동시에 시작하고 반복하며, 나아가 재귀적 자기개선(RSI)까지 노린다. Radical Ventures와 Khosla가 공동 주도했고 알파벳도 재정 지원에 참여했다.
이건 개별 이직이 아니었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딥마인드 CEO에서 물러나 알파벳 최고과학자 겸 딥마인드 의장으로 이동해 장기 연구에 집중하고, 코라이 카바쿨루가 조직 운영을 맡았다. 노암 셰이저는 6월 오픈AI로, 알파폴드의 존 점퍼는 앤트로픽으로 갔다. 2023년 구글 딥마인드 출범 3년 만에 두 축이 동시에 교체된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구글은 같은 달 RSI를 투자 정당화 논리로 내세웠다. 딥마인드 CSO 자스짓 세콘은 버클리 에이전틱 AI 서밋에서 “RSI는 현재 AI 산업의 투자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소”라고 밝혔다. AGI 대신 RSI가 새 화두라는 것이다. 다만 그는 “AI 에어 포켓(AI air pocket)” 위험 — 투자는 계속되는데 매출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 — 도 함께 경고했다. 구글은 올해 AI 인프라에 2,000억 달러를 쓰고 있다. 그는 현재의 자본 투자를 “인류 문명이 수행한 가장 거대한 과학적 베팅”이라 표현했다. 오리올 비냘스와 오픈AI 공동창립자 보이치에흐 자렘바도 RSI가 2027~2028년 달성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재무는 팽팽했다. 구글은 8월 6일 200억~250억 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다(만기 2~40년, 10개 트랜치).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7월 초까지 채권 발행 총액은 1,94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했다. 그리고 구글은 2분기에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올해 두 번째로 CAPEX 전망을 상향(1,950억~2,050억 달러)한 결과다. 6월 버크셔 참여 주식 발행으로 약 850억 달러를 조달했고, 100년 만기 초장기 채권까지 발행했다.
제품 쪽은 성과가 있었다. 8월 11일 제미나이가 월간 활성 사용자 10억 명을 돌파했다 — 구글 제품으로는 14번째,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이다. 챗GPT는 몇 주 앞선 7월에 주간 10억 명을 넘겼다. 다만 챗GPT의 성장은 둔화됐다(2월 9억 → 7월 10억). 제미나이 iOS 사용자가 1억 명 이상이라는 말은 곧 압도적 다수가 안드로이드 사용자라는 뜻이며, 오픈AI가 자체 하드웨어에 집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제미나이 3.5 프로는 결국 나오지 않았다. 8월 24일 테스팅카탈로그는 구글이 3.5 프로를 건너뛰고 제미나이 4로 직행할 것이라 보도했다. 근거는 내부 DB의 제미나이 4 언급이 며칠 만에 0건 → 12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데이터 분석이다. 6개월 훈련 주기를 고려하면 12월경 공개가 예상된다. 함께 포착된 데스크톱 앱 개편(맞춤형 아바타, 앱·스킬·플러그인 디스커버리, 지메일·캘린더 위젯 직접 구동)은 클로드·코덱스 같은 에이전트 작업 공간을 지향한다.
벤치마크는 구글의 분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제미나이 3.6 플래시는 SWE-Bench Pro(58.7%)와 DeepSWE(49%)에서 GPT-5.6 루나·클로드 소네트 5에 밀리지만, OSWorld-Verified(83.0%)와 GDM-MRCR v2 128K 장문(91.8%)에서는 1위다. 코딩은 약점, 컴퓨터 조작·장문 이해는 강점 — 에이전트 시대에는 후자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
한편 구글은 크롬 보안에서 AI의 실효를 입증했다. 제미나이 기반 취약점 탐지 에이전트가 코드베이스에서 13년간 조용히 살아남은 샌드박스 탈출 취약점을 찾아냈고, 자동 분류·멀티 에이전트 수정 워크플로가 도입된 결과 크롬 149·150 두 마일스톤에서만 1,072개의 보안 버그를 수정했다 — 이전 23개 마일스톤 총합을 넘는 수치다. CI에 24시간마다 도는 BigSleep·CodeMender는 5월 한 달에만 20개 이상의 취약점이 프로덕션에 도달하는 것을 차단했다. 방어 측에서도 AI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몇 안 되는 구체적 증거다.
제품 확장도 이어졌다. 제미나이 스파크가 크롬과 직접 통합돼 저장된 로그인 정보로 다단계 웹 작업을 대행하게 됐고(결제 등 민감 작업은 사용자 승인 필요), 160개국 이상으로 확대됐다. 젬마 트랜슬레이터는 80달러짜리 라즈베리파이5와 20억 파라미터 젬마4 E2B로 인터넷 없이 음성 실시간 번역을 구현해 설계도·코드·3D 케이스 STL까지 아파치 2.0으로 공개했다. 엣지 AI가 실용 임계점을 넘었다는 신호다. 8월 19일에는 마벨에 주당 206.58달러로 최대 122억 달러 지분 매입권을 부여하는 맞춤형 칩 계약을 맺어 브로드컴 단일 의존에서 벗어났다(마벨 +10%, 브로드컴 -5%).
규제와 진영: EU가 칼을 뽑고, 미국은 줄을 세웠다
8월 2일 EU AI법의 범용 AI(GPAI) 집행 권한이 발효됐다. 집행위원회는 이제 EU 공개 출시 이전에 모델 평가를 요구할 수 있고, 시장 접근을 제한할 수 있으며, 1,500만 유로 또는 연매출 3% 중 큰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
법률 전문가 엘리사베타 리기니가 짚은 대목이 중요하다 —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은 GPAI 관련 책임이 실질적 위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보 요청을 거부하거나, 오해를 일으키는 답변을 하거나, 모델 평가를 막는 행위 자체만으로도 과징금 대상이 된다.” 미국에 주소를 둔다고 관할을 벗어나지 못하며, 역외 제공사도 EU 소재 공인 대리인을 지정해야 한다. EU는 수개월간 앤트로픽 미토스 모델 접근을 요구해왔고 앤트로픽이 결국 제공하기로 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최근 사이버 사건과 관련해서도 오픈AI·앤트로픽과 협의 중이다. 앞서 본 워터마크 소동이 바로 이 규제의 산물이다.
미국은 다른 방식으로 압박했다. 8월 14일 로이터가 확인한 국무부 내부 초안에 따르면, 미국은 6월 ‘AI 기회 성명’에 서명한 35개국에 서한을 보내 미국 주도 체제와 중국 체제 중 하나를 택하라고 요구할 계획이다. 배경은 지난해 출범한 ‘팍스 실리카(Pax Silica)’ — AI 모델·반도체·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위한 20여 개국 협력체로 한국·일본·호주와 함께 중앙아시아 광물 부국 카자흐스탄이 포함돼 있다. 문제는 카자흐스탄이 중국의 AI 협력체에도 참여했다는 점이다. 서한의 문구가 노골적이다 — “모든 것의 일부가 되려는 것은 결국 아무것의 일부도 되는 것이 아니다.” 미 관계자의 요약은 더 짧다. “양쪽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 중국은 7월 시진핑이 출범시킨 세계AI협력기구로 맞서고 있다.
보안 현장에서는 오픈웨이트의 대가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대만 팀T5 조사에 따르면 중국 정부 연계 해커들이 딥시크 등 오픈소스 모델을 활용해 공격 활동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이유는 성능이 아니라 “사이버보안 관련 제한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그림펑시는 딥시크로 익스플로잇 코드를 제작했고, 텔레보이는 AI로 IP 1,000개를 수집했으며, 슬라임22는 대만 기술기업 침투 후 클로드 코드로 횡적 이동했다. 클로드도 악용됐는데 해커들은 스스로를 “보안 테스트를 수행하는 엔지니어”로 위장해 제한을 우회했다. 키미 K3는 성능이 더 좋지만 운영 비용이 높아 아직 해킹 활용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다. 안전장치의 강도가 곧 공격자 입장의 진입 장벽이라는 사실이 실증 데이터로 확인된 셈이다.
취약점 연구도 쏟아졌다. 튀빙겐 ELLIS 연구소 등은 오픈AI·앤트로픽·구글이 암호화해 숨겨둔 사고 과정(CoT)이 API 설계 허점으로 복원 가능함을 보였다. 상위 모델의 암호화된 추론 블록을 같은 회사의 더 싸고 보안이 약한 모델에 넘겨 평문으로 출력시키는 방식이다. 공개 저장소의 에이전트 세션 로그에서 31만 5,320개 블록을 분석한 결과 개인정보 367건, 자격증명 182개가 나왔고, 복원된 민감정보 704개 중 64건은 화면에 보이는 대화 기록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암호화 블록 안에 악성 명령을 숨기는 프롬프트 인젝션도 가능했다. IIT 봄베이·어도비 연구진은 출력 텍스트만으로 프롬프트를 역추적하는 기법(PTP)을 발표했는데, Qwen-3-0.6B로 학습한 역방향 모델이 GPT-4o의 응답에서도 프롬프트를 복원했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는 Varonis가 코파일럿에게 직접 물어봐서 사용자 확인을 우회하는 비문서화 파라미터 ?autorun=1을 알아냈다. “거부할 때마다 내부 아키텍처에 대한 기술적 세부사항이 드러났다.”
한국: 안방을 내주고, 각자 다른 길을 택하다
7월, 구글 앱의 국내 MAU(4,702만명)가 네이버(4,684만명)를 사상 처음 앞질렀다. 2021년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챗GPT도 1,645만명으로 다음 앱의 2.6배가 됐다. 검색 점유율에서는 네이버가 60%대로 여전히 앞서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원인 진단은 아프다. 검색 습관이 ‘키워드 입력’에서 ‘AI 비서와의 대화’로 이동하는 동안 구글은 제미나이를 안드로이드 OS와 결합해 일상에 스며들었지만, 하이퍼클로바X는 파괴력을 보이지 못했다. 여기에 광고와 협찬 블로그로 채워진 검색 결과, 외부 웹을 제한하고 자사 콘텐츠만 노출하는 폐쇄적 구조가 겹쳤다.
두 플랫폼의 전략은 갈렸다. 카카오는 인프라를 포기했다. 정신아 대표는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GPU 등 인프라 사업은 내부 검토했으나 카카오가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신 ‘카나나 인 카카오톡’에 쿠팡이츠를 탑재해 별도 앱 이동 없이 추천부터 주문·결제까지 처리하는 에이전틱 경험을 첫 사례로 내놨다. 커머스·예약·여행 결제로 확장하고, 연말까지 AI 서비스 MAU 1,000만명, 내년부터 수익화 본격화가 목표다. 대규모 인프라에 투자하는 네이버와 정반대 노선이다.
반도체 쪽에서는 엔비디아가 리벨리온과 인수를 포함한 협력을 논의 중이다. 2020년 설립돼 추론 특화 NPU를 개발해온 리벨리온은 누적 8억 5,000만 달러를 유치했고(SK하이닉스·삼성벤처스·Arm), 최근 기업가치는 23억 달러다. 엔비디아가 그로크에 썼던 기술 라이선스 + 전략적 투자 + 핵심 인력 확보를 결합한 구조가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 성사되면 미 법무부 반독점 심사와 한국 정부 검토가 모두 변수다.
그 외 주목할 흐름
커서를 둘러싼 세 회사의 충돌. 8월 15일 스페이스X가 커서 인수(600억 달러)를 완료했다. 머스크는 커서 직원 1,000여 명과의 화상회의에서 “그록은 타사에 뒤처져 있다”, “나는 지는 데 익숙하지 않다”며 앤트로픽을 최대 경쟁자로 지목했다. 커서 인수의 실질은 매출·인재·코딩 데이터 확보였다 — 커서는 6월 기준 ARR 약 40억 달러였지만 컴퓨팅 비용 때문에 총이익률이 마이너스였고, 신규 조달을 일부 투자자가 거절한 상황이었다. 조직은 독립 법인 없이 스페이스XAI 팀들로 분산 배치됐고, ‘커서’ 브랜드를 폐지하고 ‘그록’으로 통합하려는 계획에 내부 반발이 나왔다. 4월 이후 이미 45명이 이탈한 상태다.
그리고 8월 29일 오픈AI가 커서에 모델 제공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종료일 11월 12일). 이유는 “머스크가 과거 계약을 어긴 적이 있어 약관 내 사용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 머스크는 X에서 올트먼과 브록먼을 “스캠 올트먼”, “그레그 스톡먼”이라 부르며 “개방형 비영리 단체를 훔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놈들”이라고 응수했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톰 브라운은 “커서에서 클로드 모델을 제공하기 위해 연산 자원을 지속 확대하겠다”며 즉시 우군을 자처했다. 참고로 커서 트래픽에서 오픈AI 모델 비중은 5%다.
한편 커서는 8월 17일 자체 코드 호스팅 플랫폼 ‘오리진(Origin)’을 베타 출시했다. “사람을 위한 코드 호스팅”에서 “에이전트를 위한 코드 호스팅”으로의 전환을 내세웠고, 깃허브를 소스 오브 트루스로 유지하는 양방향 동기화 구조로 이전 부담을 없앴다. 커서 내부에서는 이미 병합되는 PR 상당수를 자율 에이전트가 생성하고 있다.
결제가 AI 레이어로 내려왔다. 스트라이프가 오픈라우터를 70억 달러 이상에 인수한다(5월 기업가치 13억 달러의 5배 이상). 오픈라우터는 400개 이상 모델에 대한 단일 접근점을 제공하며 사용자 800만 명을 보유했다. CEO 알렉스 아탈라가 자사를 “AI 업계의 스트라이프”라 불렀던 표현이 문자 그대로 실현된 셈이다.
에이전트 시장의 실물 규모. MarketsandMarkets는 에이전틱 AI 시장이 2026년 193억 달러에서 2033년 2,058억 달러로 CAGR 40.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 현재는 단일 에이전트 시스템이 시장을 주도한다 — 범위가 제한된 워크플로가 배포·모니터링·거버넌스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경쟁의 축은 이미 모델 성능을 넘어 엔터프라이즈 커넥터, 에이전트 거버넌스, 아이덴티티, 관측성, 상호운용성으로 확장됐다. 상위 5개사 점유율 30.12%, 상위 10개사 47.16%로 지배적 사업자는 없다.
스킬은 지식이 아니라 플레이북이다. 프린스턴·UC샌디에이고 연구팀이 8,135회 테스트 실행으로 AI 에이전트의 ‘스킬’ 효과를 분해했다. 스킬이 도움이 되는 이유의 65.7%가 절차적 기반 제공이고 직접적 지식 공급은 4.5%에 불과했다. 즉 스킬은 빠진 사실을 채우는 게 아니라 행동을 안정화시킨다. 그런데 부작용도 있다 — 10%의 사례에서 에이전트가 유용한 플레이북을 기계적으로 또는 맞지 않는 방식으로 적용했다. 더 심각한 병목은 검색이다. 스킬 라이브러리가 5개 → 100개로 늘면 실사용 검색 정밀도가 29.6% → 3.3%로 붕괴한다. 스킬을 늘리는 것보다 이름과 트리거 조건을 겹치지 않게 설계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하네스와 대중화의 간극. 오픈AI의 ChatGPT Work는 코덱스를 개조해 비개발자에게 에이전트를 주려는 최대 베팅이다. 그런데 오픈AI 사내 직원의 98%가 코덱스를 쓰는 반면 기업 구독자는 17%, 개인 구독자는 1% 미만이다. 진짜 병목은 모델이 아니라 권한 설정 UX, 비용 투명성, 비코딩 업무의 평가 불가능성이다. 소프트웨어는 되거나 안 되거나지만 좋은 프레젠테이션·전략·영업 피치는 측정하기 어렵다. 비용 문제도 노골적이다 — 한 기자가 월 20달러 요금제로 4일간 가볍게 써서 8천만 토큰(약 65달러어치)을 소모했다. 구독료의 3배 이상을 보조받은 셈이다.
AWS는 자기 서버를 아껴 쓰기 시작했다. AI 에이전트 확산으로 컴퓨팅 부족이 GPU에서 CPU로 번졌다. AWS 경영진은 5월 회의에서 내부 자원을 최대한 절약하라고 당부했고, 각 팀에 연말까지 사용 자원 축소 목표를 제시했다. 내부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몇 시간이면 받던 개발용 서버를 며칠씩 기다리는 상황이 보고됐다. 에이전트는 GPU가 추론하는 동안 CPU로 도구 실행·작업 조율·데이터 처리를 한다. 인텔 CEO는 4월 AI 추론의 CPU:GPU 비율을 1:4라 했는데, 7월 CFO는 1:1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과 사회. Epoch AI·Ipsos 조사(미국 취업자 1,106명)에서 5명 중 1명(20%)이 과거 사람이 하던 업무 중 최소 하나를 AI에 넘겼다고 답했다. 업무별 AI 사용률은 소프트웨어 개발 57%, 데이터 분석 46%, 문서 읽기 39%, 기록 관리 25%다. 다만 AI가 업무 전부를 가져가는 비율은 소프트웨어 개발에서만 10%였다. 그리고 AI 결과물의 66%가 그대로 또는 사소한 수정만 거쳐 사용된다. 흥미롭게도 AI 보조 업무의 약 6분의 1은 오히려 시간이 더 걸렸다. Epoch의 요약이 정확하다 — AI는 “다재다능하지만 대체로 자족적이지는 않은 업무 도구”이며, 데이터는 완전 자동화보다 사람과 AI 사이의 업무 재배분을 가리킨다.
빌 게이츠는 두 가지 정책을 제안했다. 첫째 로봇세 — “고용주가 사람을 고용하면 급여세를 내는데 로봇을 사면 즉시 전액 손비 처리된다. 세제 자체가 사람을 기계로 대체하도록 부추기고 있다.” 둘째 인간 전용(Human Reserved) 직업 — 특정 직무에 AI 사용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평생 건설 일을 해온 55세에게 요양시설에 가서 일하라고 하면서 거기서 보람을 찾으라고 할 수는 없다. (…) 로봇이 당신에게 불치병 진단을 통보하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기술적으로 못 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그래서는 안 된다.”
AI가 쓴 소설이 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Judgment and Decision Making에 게재된 연구에서 성인 1,682명에게 6편의 단편(3편은 사람, 3편은 ChatGPT)을 읽히자, AI 생성 소설이 더 몰입감 있고 품질이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사람이 썼다”고 들은 쪽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라벨 효과도 있었다. 구별 능력은 처참했다 — 한 실험에서는 정답률이 약 40%로 무작위 찍기보다 나빴고, 다른 실험에서는 52%였다. 소설에 대한 전문성은 정확도와 무관했지만 AI 사용 경험이 많을수록 정확도가 높았다. 연구 책임자 디나 스콜닉 와이스버그의 해석은 사람들이 AI 글을 선호한 이유가 더 읽기 쉽고 소화하기 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버밍엄대 루크 케너드의 반박은 격렬했다 —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겁니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답은 절대적으로, 단호하게 ‘아니오’입니다.”
AI 유니콘들은 논문을 쓰지 않는다. 스탠퍼드 존 이오아니디스 팀이 1998~2025년 AI 유니콘 317개사를 전수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논문이나 프리프린트를 주도적으로 발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2025년 발표된 AI 논문에서 이들이 차지한 비중은 1,000편 중 1편 수준이다. 상위 5%가 인용의 90% 이상을, 오픈AI 단독으로 약 40%를 차지한다. 오픈AI는 직원 4,500명 중 5편 이상 논문을 쓴 연구자가 단 8명이었다. 그리고 중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일관되게 더 많이 발표한다. 참고로 이오아니디스는 2015년 테라노스의 피어리뷰 연구 부재를 최초로 공개 지적한 인물이다.
그리고 리스크의 얼굴. NYT는 81세의 래리 엘리슨이 AI 시대의 “반면교사”가 될 위험을 짚었다. 텍사스·말레이시아·페르시아만에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찍어내며 진 빚의 결과, 오라클 채무 등급은 정크 바로 한 단계 위로 강등됐고 주가는 고점 대비 약 60% 폭락, 엘리슨 개인 순자산은 9월 이후 2,000억 달러 증발했다. 기사는 AI 붕괴가 발생하면 그 여파가 닷컴 붕괴나 2008년 금융위기보다 더 많은 미국의 부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시사했다. 환경 비용도 청구되고 있다 — 아마존이 투자한 텍사스 페코스 카운티의 가스 발전소 ‘GW 랜치’는 최대 3,300만 톤의 CO2 배출 허가를 받았다. 미국 내 최대 석탄 발전소보다 많은 양이다. 아마존 대변인의 말이 시대를 요약한다. “기후 서약을 공동 창립했을 때와 지금은 세상이 달라 보인다.”
맺으며: 값이 매겨졌다
2026년 8월은 지난 2년간 미뤄왔던 계산서가 한꺼번에 도착한 달이었다.
통제의 값. 오픈AI 한 건인 줄 알았던 사고는 앤트로픽·메타·문샷으로 번졌고, 원인의 상당 부분은 35명짜리 하청업체의 설정 오류였다. 에이전트들은 몇 달에 걸쳐 서로에게 게시판을 만들어 취약점 정보를 물려주고 있었고, 아무도 그걸 몰랐다. 오픈AI는 수학 난제 10개를 2,000달러에 푼 모델을 너무 강력하다는 이유로 스스로 멈췄다 — 같은 시기 재앙적 위험을 평가하던 팀은 해체했다.
지능의 값. 가장 뛰어난 모델이 가장 안 팔렸다. 페이블 5의 기업 지출 점유율 11%는 성능이 곧 매출이라는 전제를 무너뜨렸다. 메타는 95% 인하로, Z.ai는 하루 100조 토큰 무료 방출로 응수했고, 딥시크는 같은 일을 100배 싸게 한다. 새 지표는 벤치마크 점수가 아니라 성공당 비용이며, 같은 모델도 하네스에 따라 성패가 10%포인트·비용이 2.7배 갈린다.
인프라의 값. 엔비디아는 매출 962억 달러의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메모리 원가 때문에 마진 전망을 내렸고, 그 값을 15% 인상으로 고객에게 넘겼다. 삼성은 HBM4 골든 수율을 잡았지만 외국인은 6조원을 팔았다. 구글은 창사 처음으로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가 됐고, 딥마인드 CSO는 이 판을 “인류 문명이 수행한 가장 거대한 과학적 베팅”이라 부르면서 동시에 “AI 에어 포켓”을 경고했다.
그런데 값이 매겨지는 와중에도, 값을 매길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났다. 수학 전문가가 아닌 직원 한 명의 프롬프트에서 시작해 60개의 서브에이전트가 160년 난제의 하한을 25%포인트 밀어올렸고, 범용 언어모델이 오픈소스 도구만으로 단백질 설계 전 과정을 돌려 콘테스트 우승작을 10배 차이로 이겼다. 그리고 같은 기술로 AI가 설계한 최초의 바이러스가 만들어졌다.
7월이 “우리가 만든 것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면, 8월의 답은 절반만 왔다. 가격은 내릴 수 있고, 수율은 올릴 수 있고, 규제는 발효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격리돼 있어야 할 모델이 4월부터 실제 기업을 드나들었다는 걸 7월에야 아는 조직 역량, 그리고 “능력은 존재하는데 거버넌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존스홉킨스의 진단은 여전히 답이 없다.
9월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아스트라가 어떤 조건으로 풀려나는가. 앤트로픽의 IPO가 2조 달러라는 숫자를 실제로 받아내는가. 그리고 페이블 5가 증명한 ‘지불 의사의 천장’을, 다음 세대 모델이 뚫을 수 있는가.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하다. 그 천장이 뚫리지 않으면, 지금 쌓아 올리는 940조 원짜리 인프라의 값은 결국 누군가가 치러야 한다.